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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강경외교의 부메랑.. 주변국과 갈등 파고 높아져

바람아님 2017. 1. 24. 23:39
동아일보 2017.01.24 03:04

[글로벌 포커스]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국과 글로벌 외교 통상 전쟁에 나서야 할 중국이 정작 주변국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 전선에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22일 분석됐다. 중국은 미국이 배후에서 주변국 갈등을 조장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무력시위와 경제보복을 불사하면서 자국 이익을 관철하려는 전방위 강경 외교로 주변국과 갈등하고 있다. 이는 주요 2개국(G2)으로서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친선혜용·親善惠容)’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방침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국 남쪽 말레이시아 반도 끝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안보 주권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대만에서 군사훈련을 마친 뒤 홍콩을 거쳐 싱가포르로 복귀하려던 장갑차 9대와 관련 부품을 중국이 압수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응엥헨 국방장관은 9일 싱가포르 의회에서 “홍콩 세관이 압류한 장갑차는 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싱가포르 정부 자산이다. 압류나 몰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중국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같은 날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싱가포르는 (중국과 대만을 하나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홍콩과 중국 법률을 준수하라”고 반박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역사상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1974년부터 군사관계를 시작했다. 최근까지 수년간 싱가포르군이 대만에서 훈련을 해 왔지만 이번 사건 전까지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

 그랬던 중국이 갑작스럽게 ‘군사 제재’에 나선 것은 싱가포르가 지난해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분쟁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과 필리핀 편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SCMP 등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운동 때부터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 및 대만과 가까이 지내는 싱가포르가 ‘철퇴’를 맞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싱가포르에 대한 경제보복에도 나섰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최근 중국 신용카드 업체인 유니언페이(은련) 카드로 싱가포르 카지노 칩을 살 수 없도록 했다. 이 조치로 싱가포르 카지노가 위기에 처했다. SCMP는 “대만과 군사 관계를 중단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며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중국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남중국해 문제에다 ‘하나의 중국’ 이슈가 얽힌 양국 분쟁은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에서 양보는 없다”는 ‘시 주석 식 강경 외교’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싱가포르뿐만이 아니다. 전방위 강경 외교를 노골화한 결과 중국은 일본, 남북한,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등과 연이어 갈등 전선에 둘러싸인 형국이 됐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계획을 발표한 뒤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전방위적인 보복을 시작했다. 역사 문제를 아직 풀지 못한 일본과는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로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동맹국인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원칙을 무시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하고 있어 중국을 외교적으로 난처하게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대만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통화 이후 대만에 극도로 공격적이다. 대만해협에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 전단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1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 싱크탱크 위안징(遠景)재단의 린팅후이(林廷輝)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해 대만을 (중국과의) 협상칩으로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 뒤 친중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 섬에 무기를 배치하는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필리핀 국방장관은 “평화적인 이용을 위해 인공 섬을 건설했다는 중국의 설명과 맞지 않는 문제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국은 “인공 섬은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 합병 같은 불법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WSJ는 “중국이 인공 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건 ‘전쟁 개시’를 뜻한다며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무력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최근 인도가 잇달아 중국 베이징(北京)을 사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자 중국이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팔과의 사상 첫 군사훈련 계획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 일본 인도 등 삼각 군사연합에 의한 중국 고립 작전이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20일 인도와 미국 해군이 인도양에서 활동하는 중국 잠수함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올해 인도는 미국 일본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대잠수함 작전 해상훈련을 강화할 예정이다.


 중국 칭화(淸華)대 옌쉐퉁(閻學通)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이달 초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미국 간 동맹 성격의 협력이 강화되고 인도의 대중 강경책으로 중-인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일-인 군사훈련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군사훈련이 인도양에서 동해(동중국해)까지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 군함이 미국, 일본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압박해 북한 문제와 무역 역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처럼 중국을 둘러싼 분쟁을 전략적으로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옌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투쟁형 지도자다. 그의 대중정책은 바로 중국의 굴기(굴起)를 막는 중국 억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과 지원에 따른 중국 주변국 분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