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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의 여인들, '다이아홀릭'

바람아님 2017. 1. 26. 23:36
아시아경제 2017.01.26 10:14

18~34세 신세대 중국 여성들, 다이아몬드를 사랑의 징표서 성취감의 상징물로
홍콩의 라오펑샹(老鳳祥) 매장에서 한 직원이 진열대를 보기 좋게 정리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중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아몬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신세대 여성은 남자친구가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사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사곤 한다.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를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좋은 투자대상으로 여긴다. 결혼 후 자손에게 물려줄 수도 있지 않은가.

세계 다이아몬드 업계는 중국의 젊은 여성들을 성장발판으로 삼고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업체 드비어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인 중국이 사들이는 다이아몬드 장신구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2015년의 경우 67억6000만달러(약 8조1220억원)에 이르렀다.


드비어스의 브루스 클리버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2015년 세계 4대 시장의 이른바 '밀레니얼(millennial) 여성', 다시 말해 18~34세 여성들이 구매한 다이아몬드 장신구 가치는 260억달러를 기록했다.

2억2000만명에 이르는 밀레니얼 여성이 인생의 전성기를 맞으려면 아직 10여년이나 더 남았다. 클리버 CEO의 말마따나 이들은 다이아몬드 업계에 '어마어마한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2015년 다이아몬드 가격은 18% 하락했다. 2008년 이래 최대폭이다. 그러나 밀레니얼 여성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경우 가격은 반등할 게 분명하다.


다이아몬드가 최근에서야 중국 신세대 소비자들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이들이 서양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기업 마케팅을 접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는 옥(玉)이나 금 장신구를 더 선호한다.

광고대행사 J월터톰슨의 상하이(上海) 주재 조앤 쉬 기획 담당 부이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밀레니얼 여성들에게 다이아몬드란 영원한 사랑의 상징물이라기보다 성취감의 징표"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본토의 대표적인 주얼리 업체 라오펑샹(老鳳祥), 상하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저우다푸주얼리그룹(周大福珠寶集團) 등 럭셔리 브랜드의 디자인 및 중국 내 마케팅 기법이 바뀌고 있다.


중국 장신구 시장점유율 5.7%로 앞서 나아가고 있는 저우다푸는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하츠온파이어를 1억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로써 귀금속에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귀걸이ㆍ펜던트 등 중국의 밀레니얼 여성이 좋아할만한 독특한 제품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저우다푸의 정즈강(鄭志剛) 이사는 "금과 다이아몬드가 혼합된 디자인으로 실리적이고 패션에 민감한 밀레니얼 여성들 사이를 빨리 파고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우다푸의 고객 가운데 절반은 신세대 여성이다. 이에 저우다푸는 올해 말까지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홍콩의 토종 럭셔리 브랜드 저우다푸가 운영 중인 장신구ㆍ시계 매장은 2000개를 웃돈다.

경제성장 둔화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패척결 운동으로 중국에서 명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저우다푸의 매출ㆍ순이익은 2014년 중반 이래 슬럼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라오펑샹은 중국 곳곳에 매장 3000개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 시장점유율이 5.4%에 이르는 라오펑샹의 대지분은 상하이 시정부 소유다. 라오펑샹의 왕언성(王恩生) 마케팅 매니저는 자사 역시 "밀레니얼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을 더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밀레니얼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고가 장신구가 아니다"라며 "패션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날그날 갈아입는 옷에 걸맞은 장신구"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신세대 여성들에게 그리 비싸지 않은 개성 만점의 맞춤형 장신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의 저우다푸(周大福) 매장에서 한 여성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껴보고 있다(사진=블룸버그뉴스).


과거 여성들은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갖고 있어봐야 고작 하나였다. 그러나 요즘 젊은 여성들은 여러 개를 가지려 든다.

홍콩 소재 럭셔리 장신구 제조업체 류푸홀딩스(六福集團)의 황란스(黃蘭詩) 이사는 "중산층 젊은이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본토에 1400개 매장을 거느린 류푸의 시장점유율은 0.7%다. 류푸의 일부 매장에서는 손톱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남' 운전기사가 고객을 모시기도 한다.


1년 전 J월터톰슨이 9개국 밀레니얼 여성 4300명을 조사해본 결과 이들의 가장 큰 특성은 독립성이다. 중국의 경우 응답자 5명 중 2명 이상은 결혼보다 금전적 자립을 더 중시했다. 32%는 금전적 자립을 성공으로 간주했다.

덴마크의 은 장신구 제조업체 판도라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마케팅 기법을 피하고 있다. 판도라는 43개였던 중국 내 매장 수를 지난해 81개로 확충했다.


영국 런던 소재 HSBC은행의 글로벌 리서치 팀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결혼하는 커플이 줄면서 홍콩 증시에 상장된 럭셔리 장신구 제조업체들의 전망이 흐려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년간 혼인율은 해마다 1% 줄 듯하다. 밀레니얼 여성 인구가 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이혼율은 높아가고 있다. 중국 민정부(民政部)에 따르면 2015년 384만 커플이 이혼했다. 전년 대비 5.6% 증가한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이혼율'은 현재 2.8로 2002년 0.9에서 크게 늘었다.

J월터톰슨의 쉬 부이사는 "다이아몬드 장신구 제조업체처럼 사업기반을 결혼제도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들의 경우 앞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다이아몬드처럼 결혼생활도 영원하리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이혼은 궁극적으로 다이아몬드 업계에 득이 될 수도 있다. 드비어스가 조사해본 결과 미국인들은 첫 결혼 때보다 재혼 때 다이아몬드 반지 구입에 20%나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드비어스의 스티븐 러시어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중국인들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말란 법이 없다"며 "이는 다이아몬드 장신구 업계에 큰 기회"라고 진단했다. 


이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