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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경제란 밭이 바뀌면 우리가 뿌리는 씨 또한 달라져야

바람아님 2017. 1. 25. 23:35
중앙일보 2017.01.25 00:38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상황에서 중국시장 공략하던 우리 전략은 한국이 잘하는 것 중심으로 전개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변신해 '세계의 경쟁 무대'가 된 현재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 공급해야
올해 중국 각 지방정부의 중점은 대대적인 민관협력 사업 전개로 우리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


0과 1이 디지털 세상을 만든다면 변화와 불변은 유기체를 움직인다. 국가는 유기체로 변화와 불변의 법칙이 어우러진다. 중국 경제는 럭비공에 비유된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럴 때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중국의 상황 인식과 정책에서 과연 무엇이 변하고 또 변하지 않는가의 요인을 따져보는 것이다. 이게 왜 필요한가. 중국 경제의 정책 기조와 키워드, 중점 시책 등이 모두 변화와 불변 요인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불변:안정 속 발전과 정책시(政策市) 특성
먼저 2017년 중국 경제의 불변 요인을 보자. 2012년 이래 6년째 지속되고 있는 정책 기조인 온중구진(穩中求進)을 첫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안정 속에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한두 해의 단기 조정으론 변신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정책의 무게중심은 적극적 재정정책과 안정적 통화정책에 두어진다. 적극적 재정정책은 한마디로 정부가 재정을 계속 풀겠다는 의미다. 또 안정적 통화정책은 정책의 강도가 중성(neutral) 내지는 긴축 기조가 될 것임을 뜻한다.

시장 측면에서의 불변 요인은 정책시(政策市) 특성이다. 정책시란 시장이 국가 정책의 방향에 따라 크게 움직이는 걸 말한다. 중국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그 전형이지만 내수 소비시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중국이 추진하는 내수시장 관련 정책시의 한 사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과거엔 보조금을 지급하던 것을 지금은 중산층 확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 소비는 첨단형, 가격 고려형, 정보 중심형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고급화와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단기 진작의 효과는 줄지 몰라도 시장 저변은 보다 넓게 커지는 추세다.

━ 변화:정책조합과 미세조정 새해에 변하는 건 무언가. 우선 개별 경제정책 분야에서 달라지는 점이 눈에 띈다. ‘삼거일강일보(三去一降一補)’를 중점 시책으로 올렸다. ‘삼거’는 세 가지를 없애겠다는 것으로 과잉생산 해소, 부동산 재고 감축, 부채 축소를 뜻한다. ‘일강’은 기업 비용 줄이기를, ‘일보’는 경제의 취약 부문 보완을 말한다. 이 밖에도 사람 중심의 신형 도시화 건설 등이 주요 과제다.


산업정책 영역에선 국유기업 개혁이 핵심이다. 안정적 국가 경제 관리를 위해선 국유기업을 반드시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 국유자산 증권화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다. 군수·석유·철로·전력·통신 등 업종에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외부 변화 가운데 으뜸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에 따른 미국으로부터의 압력이다. 트럼프가 무역과 환율, 산업정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중 갈등의 불똥이다. 아이폰 최대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좋은 예다. 중국 내 최대 고용기업(약 120만 명)인 폭스콘은 트럼프 당선 후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자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사정은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올해 중국 경제는 정책조합(policy mix)과 미세조정(fine tuning)이 강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한 가지 정책만으론 약발을 기대하기 어려워 여러 정책을 섞어서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 범위는 일률 적용에서 선별 적용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 미리 보는 2017년 중국 경제 거시와 시장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거시는 불확실하고 불안하지만 시장엔 새롭고 큰 기회가 많다. 학자는 거시를 논하지만 기업은 시장을 챙긴다. 우리 기업은 올해를 중국 시장 전략의 대전환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제 성장의 3요소인 소비와 투자, 수출을 살펴보자. 우선 소비는 소비재 판매 증가 속도가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취업 상황 부진과 임금 상승 속도 하락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큰 폭으로 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도 대폭 감소할 수 있다. 부동산 업종의 부진에 따라 가구류와 건축 및 장식품 소비의 동반 하락세도 예상된다.

투자는 부동산 투자는 감소하겠지만 제조업 투자가 개선될 전망이다. SOC 투자는 종래 철도와 도로 등 기반 분야에서 수리·교육·문화 등 이른바 민생 SOC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민관협력프로젝트(PPP) 분야다. 각 지방정부의 PPP가 올해 대거 시행될 예정이어서 우리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요청된다.


교역은 수출은 하락하고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수입은 1차 상품 가격의 상승세와 관련이 있는데 원유와 철강, 비철금속, 원자재가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는 미국의 단기적인 경기 상승이 예상돼 연초엔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겠지만 하반기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며 수출 증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밭이 바뀌면 씨도 달라져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끊임없이 변한다고 했다. 20세기의 대표적 석학 대니얼 벨도 “모든 것이 변하는데 단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란 명언을 남겼다.

변화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21세기의 변화 가운데 중국만큼 빠르고 극적인 곳도 드물다. 최근 중국의 변화는 밭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밭이 바뀌었으면 우리가 뿌리는 씨앗 또한 달라져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앞세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었다. 우리가 중국보다 현저하게 앞선 상황에선 이 전략이 유효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중국은 과거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이제는 스스로 만들고 있다. ‘세계의 제조공장’이란 이미지는 사라지고 ‘세계의 경쟁 무대’로 탈바꿈 중이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언가. 바로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 진출 유망 분야를 말할 때 흔히 산업별로 나열하곤 한다. 그러나 이젠 경제모델별로 분류하고 여기에 세부 산업 영역을 대입하는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유망 요인에 대해선 단순히 정책 중점 혹은 시장 확대를 생각하곤 했는데 그것은 과거 양적인 성장 시대에나 통했던 것이다.


지금처럼 중국이 질적인 발전 단계에 들어선 상황에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제산업정책 흐름에 기반을 두고 진출 기회 분야를 검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문제들을 챙겨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가?’ ‘실제로 시장 진입 조건이 완화되고 있는가?’ ‘핵심 기술 비즈니스 모델인가?’ ‘안전·환경 표준 강화 분야인가?’ ‘수입 제한 조치는 완화되고 있는가?’ 등.

중국 진출 유망 분야를 경제모델별로 구분하면 7개가 있다. 혁신형 경제구조 분야에선 신흥산업과 하이테크 서비스의 투자공간이 커지고 있는데 바이오, 신소재, 첨단장비 제조업, 인터넷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집약형 산업 분야는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업그레이드 분야에서 기회가 많다. 협조형 광역 분야는 중국의 도시화와 광역 성시를 연결하는 SOC 분야 수요가 많은데 대부분의 영역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시장 진입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

주목할 건 중국 지방정부별로 최근 추진 중인 PPP 중 상당수가 민생 직결 분야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이 중국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면서 사업 기회도 확대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다.이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KPMG가 중국 산업의 기회 여건을 분석한 방법에 중국 정부의 정책을 대입해 도출한 것이다. 이 표를 보다 더 세부적으로 작성해 나간다면 우리 기업에 무척이나 유용한 산업전략지도를 그릴 수 있다.


최근 한·중 중앙정부 간 관계가 냉각기를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그 협력의 중심 무대는 지방이 돼야 한다. 특히 올해는 양국 수교 25주년이자 한·중 FTA 발표 3년째를 맞는 해다. 한·중 지방정부 간 협력이 본격화되고 양국 기업이 공통분모를 찾는 데 온 노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박한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교에서 다국적기업 현지화 전략 연구로 기업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방문학자,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을 지냈다. 펴낸 책으로 『프레너미: 미국인가 중국인가』 등이 있다.」


박한진 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