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37] 잘 부려 먹고 싶으면 제대로 손봐야 하는 법

바람아님 2013. 8. 27. 11:42

(출처-조선일보 2012.12 손철주 미술평론가)


'말 징 박기' - 조영석 그림, 종이에 담채, 
    36.7×25.1㎝,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편자'는 말발굽에 덧대는 쇳조각이다. 사람이 신을 신듯이 소는 논밭을 갈 때 쇠짚신을 신고, 말은 달리기 위해 편자를 낀다. 편자가 있어야 굽이 잘 닳지 않고 미끄러지기도 덜 한다. 그렇다고 개에게 편자를 달아줄 일은 아니다. '개 발에 편자'는 얼토당토않거나 생긴 꼴에 어울리지 않는 짓거리를 이르는 말이다.

말에 편자를 박는 작업이 흥미롭게도 우리 옛 그림에 더러 보인다. 그 일이 나무에 못 치는 것처럼 뚝딱 해치울 수 있다면 그림 소재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다. 언뜻 소묘(素描) 같은 한 장면을 구경해보자. 사대부 출신으로 조선 후기 풍속화의 길을 앞서간 화가 조영석(趙榮 · 1686~1761)의 작품이다.

두 사람이 짝을 지어 편자 다는 일에 나섰다. 바닥에 낫과 톱이 놓여 있다. 낡은 편자를 빼고 나서 맨 먼저 저 연장으로 헤진 말굽을 깎고 다듬어야 한다. 그다음 맞춤한 편자를 굽에 대고 짧은 못으로 된 징을 두드려 박는다.

겉보기는 간단하다. 하지만 말 다루기가 간단치 않다. 놀란 말이 행여 발길질이라도 하면 사람이 크게 다친다. 그림에서는 네 다리를 엇갈리게 꽁꽁 묶고 한쪽 끈을 나무에 바짝 동여맸다. 때로는 묶은 다리 사이에 주릿대를 끼어 꼼짝 못하게 붙들고 있어야 한다.

목을 비튼 말이 신음을 낸다. 머리를 마구 흔들다 다칠까봐 가마니를 깔아줬지만 이빨을 앙다문 채 버둥거리는 말은 애처롭다. 삿갓 쓴 사내가 나뭇가지로 을러보지만 그 역시 안타까운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황망한 상황에서도 신중한 이는 망건을 쓰고 쪼그려 앉은 노인이다. 그는 이 일을 많이 해본 숙수(熟手)다. 대갈마치로 징을 가늠하는 자세가 믿음직스럽다. 징은 똑바로, 제대로 쳐서 박아야 한다. 박고 빼고를 거푸하면 말이 죽을 노릇이다. 그러잖아도 이 말은 겁을 먹었다. 말 생식기가 자라 그것처럼 졸아들었다. 일도 시키고 먼 길도 가야 할 말이다. 잘 부려 먹자면 손을 잘 봐야 한다.


(참조-부분확대)




<참고 - 조선의 풍속화 발전 과정>


조영석의 풍속화(말징박기)를 감상한 개제에 조선의 풍속화 발전과정을 간략히 둘러보고자한다.

조선의 산수화는 중국화풍을 따라하는 관념산수화에서 우리 강산의 모습을 그리는 진경산수화로 발전하고

이어서 풍속화가 등장하여 발전하는데 진경산수화와 풍속화 모두 공재 윤두서에서 태동한 것 같다.

풍속화의 발전과정에 윤두서의 산수화에 (조선의) 인물이 최초로 등장하고 조영석이 발전시켜 완성하고 

김홍도,김득신,신윤복 때에 이르러 활짝 꽃피어 극성기를 이룬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여기서는 산수화에 사람이 등장하는 윤두서의 그림등 몇점을 삽입한다.


진경산수화에 조선의 서민이 등장하는 최초의 그림으로 풍속화 태동을 예고한 그림


윤두서의 그림은 사람이 정확하고 단아한 선비모습에서 조영석의 현실감 넘치는 서민 작업자의 모습으로 변하는..


윤선도의 그림은 신선도 비슷한 모습에서 역시 서민의 일상이 그대로 표현된 김득신의 그림


이후 김홍도, 신윤복으로 이어저 전성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