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등의 방안을 대북정책보고서에 포함하고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을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전격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NBC방송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제거, 북한 주요 교량을 비롯한 인프라 파괴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대북정책검토보고서에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협력하지 않으면 독자적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구체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NBC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1991년 11월 한국에서 철수했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배치 장소로는 오산 미 공군기지가 유력하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다시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게 된다.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핵탑재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통해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키고, 괌기지 등에 한반도 유사시를 겨냥한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미 핵추진 항모 칼빈슨. |
칼빈슨 항모전단은 싱가포르에 있다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경로를 한반도 쪽으로 변경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가 잇따라 감지되는 데 따른 대응조치로 보인다. 데이비드 벤험 미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9일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의 최고의 위협”이라며 “서태평양(동해)에서 존재감과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모전단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CNN방송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폭격 명령을 내린 데 이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칼빈슨호를 이동 배치해 대북 군사대응 조치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키로 했지만 구체적 대책을 놓고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된 패키지 합의 같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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