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7.03.29 03:08
중동 바레인 미나살만항(港)은 요즘 영국 해군기지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2015년 시작된 공사가 마무리되면 올해 중 영국 해군 300여명이 주둔하게 된다. 1971년 이후 만 46년 만에 중동 군사기지를 갖게 된 영국은 들뜬 모습이다. 작년 말 바레인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이 수에즈 동쪽에 돌아왔다"고 했다. 영국은 오만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에도 군 기지 설립과 군사훈련 지원단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영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건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이다. 만재 톤수 7만2000t으로 첨단 F-35 스텔스 전투기를 최대 36대 탑재할 수 있는 영국의 자존심이다. 한 소식통은 "퀸엘리자베스함은 올해 초여름, 2번 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은 오는 2019년 군에 인도될 것"이라고 했다. 건조 중인 퀸엘리자베스함을 지난해 르포 하러 갔다가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퀸엘리자베스함이 실전 배치되면 태평양 지역에서도 영국 항모 전단을 보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당시 주미 영국 대사는 "(중국과 미국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도 보내겠다"고 했다. 영국의 한 국제 문제 전문가는 "우리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국제적(global)"이라고 했다. 영국인 머릿속엔 세계지도가 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국제 정치와 군사적 측면에서만 그럴까. '시티 오브 런던', 짧게 '시티(city)'로 불리는 런던 금융시장은 미국 뉴욕과 함께 세계 2대 국제금융시장으로 꼽힌다. 뉴욕이 국내 금융을 중심으로 컸다면, '시티'는 외환 거래와 대규모 국제 자본거래 등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영국은 파운드화(貨)를 쓰지만, 유럽 19개국이 쓰는 유로화 거래 청산소가 이곳에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 시티가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위상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시티에선 "우린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영어 사용이라는 이점 이외에 회계와 법률 서비스, 전문 인력 등 '금융 생태계' 경쟁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스키델스키 워릭대 명예교수는 신작 '1900년 이후 영국, 성공 스토리'에서 "대영제국은 무너졌지만 (세계를 호령했던) 유산은 아직도 영국 지도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며 "외교와 국방, 경제, 문화가 모두 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영국에 대해 갖고 있던 궁금증 하나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영국병(病)'에 빠져 잠시 흔들렸지만 경제 활력을 되찾고 강대국 위상을 회복한 저력, 그것은 한마디로 '글로벌'이었다. 영국 인구는 6500만명, 우리는 5000만명(남북을 합치면 7500만명)이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와 작은 땅을 지닌 영국이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안목으로 세계를 본다. 반면 우리는 바깥 돌아가는 사정에 눈감고 안에서의 싸움에만 열 올릴 뿐이다.
로버트 스키델스키 워릭대 명예교수는 신작 '1900년 이후 영국, 성공 스토리'에서 "대영제국은 무너졌지만 (세계를 호령했던) 유산은 아직도 영국 지도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며 "외교와 국방, 경제, 문화가 모두 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영국에 대해 갖고 있던 궁금증 하나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영국병(病)'에 빠져 잠시 흔들렸지만 경제 활력을 되찾고 강대국 위상을 회복한 저력, 그것은 한마디로 '글로벌'이었다. 영국 인구는 6500만명, 우리는 5000만명(남북을 합치면 7500만명)이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와 작은 땅을 지닌 영국이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안목으로 세계를 본다. 반면 우리는 바깥 돌아가는 사정에 눈감고 안에서의 싸움에만 열 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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