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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시진핑, 만성질환 경제 손 안 보면 큰일 난다

바람아님 2017. 5. 3. 08:53
중앙일보 2017.05.02. 02:23

여전히 국유기업이 경제 좌우
대개 생산성 낮은 '좀비 기업'
놔두면 중국 경제 골병 불 보듯
구조조정과 자유화 결단 절실
리처드 맥그리거경제 저널리스트
5년 전 중국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시진핑은 빠르게 권력을 휘어잡았다. 그는 전임자인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집권 시 한사코 피했던 조치도 마다하지 않았다. 경제정책 권한을 직접 본인이 틀어쥔 게 그것이다. 시진핑은 권위주의적 본능을 발휘해 권력을 공고히 했다. 마오쩌둥 시대부터 중국 지도자의 옆에는 그를 견제하는 고위 관료가 늘 존재했다. 그러나 올 9월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두 번째의 5년 임기를 개시할 시진핑 앞엔 어떤 라이벌도 없어 보인다.

시진핑은 공룡이 된 인민해방군 개혁을 밀어붙였고 국가안보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강력히 주장하고, 1949년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반부패 캠페인을 추진했다.

그러나 시진핑의 경제정책은 그가 정치에서 보여준 강인함과 과감함을 따라잡지 못했다. 시진핑의 약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 경제가 성공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마오쩌둥 체제와 시장경제가 얽힌 불안한 조합에 불과하다. 단시일 내에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면 공산당 독재체제에 심각한 위험을 안길 수 있다.


중국 경제는 경착륙 우려와 비관론을 일축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재산권 자유화를 통해 주택 보유를 허용했고, 인터넷은 중국 공산당이 세운 철벽같은 방화벽으로 인해 탈정치적 앱 시스템으로 고착됐다. 민간 부문의 성장도 괄목할 만하다. 1998년 이후 10년간 국유기업 고용은 63% 줄었지만 민간과 외국기업 고용은 각각 6배와 2배로 급증했다. 성장을 이끄는 중심 세력이 정부에서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를 좌우하는 기업은 민간이 아니라 국유기업들이다. 이들의 산업생산량 점유율은 33%를 넘는다. 하지만 국유기업의 대부분은 낮은 생산성으로 고전하는 ‘좀비 기업’들이다. 이들을 살리기 위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은행들은 좀비 국유기업들의 대출 상환을 연장해 주느라 등골이 휜다. 이들 기업을 통해 중국 가계의 돈은 정부로 흐른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소비 대신 투자에만 집중한다. 그 결과 과잉 생산이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경제를 좀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중국의 좀비 기업들은 규모가 작고 내륙에 위치해 있으며 철강과 시멘트 및 석탄 등에 집중돼 있다. 정부를 배후에 두고 손실이 클수록 더 많은 융자를 받아가는 ‘모럴 해저드’ 시스템이 굳어져 있다. 지역 증시에 상장된 좀비기업들은 최소한 10%가 ‘워킹 데드’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런데도 베이징 정부는 좀비 국유기업들을 계속 안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고집으로 인해 중국 경제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부채에 의존하는 고성장과 국유기업에 의존하는 경기부양책이 그것이다.


중국의 경기가 눈에 띄게 둔화된 지난 1년 동안 국유 좀비 기업들의 투자 비중은 급증했다. 국유기업들은 전년 대비 투자가 25% 늘었지만, 민간기업의 투자는 3% 증가에 그쳤다.

시진핑은 국유기업을 손보려는 의지를 드러낸 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이념 때문이다. 공산주의자를 자부하는 시진핑은 국유기업을 중요한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국유기업들은 이미 강력한 이익집단이 돼 중국의 정치체제에 깊숙이 얽혀 있다. 구조조정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공산당원이 맡았던 국유기업의 경영직 자리가 당의 명령에 따라 하루아침에 지역 관리에게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국유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는 당 중앙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경제정책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생존 가능성에 따라 대출 여부를 결정했다면 좀비 기업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층은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여러 변수 중 하나로만 본다. 이들에게는 정치적 안정이 기업의 생존 가능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진핑의 지지자들은 시진핑이 집권 초반 경제개혁 대신 당의 통합과 반부패 전쟁을 우선순위로 삼은 데 대해 그럴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공산당부터 개혁해야 두 번째 임기에서 경제를 손볼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란 논리다.

그러나 공산당의 통합은 경제개혁을 도운 게 아니라 그 반대로 기능했다. 시진핑이 추진한 당의 통합은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선회시켰기 때문이다.


즉 시진핑은 소수 엘리트가 다수를 지배하는 독재 구조를 깨기 위해 공산당을 개혁한 것이 아니다. 올해 말 개시될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바로 그 소수 엘리트들에게 다시금 권력을 주기 위해 체제를 더욱 경직시켰을 뿐이다. 이는 중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제 시진핑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는 정치 독재자와 경제개혁가 가운데 하나의 지위만을 가질 수 있다. 둘 다 될 수는 없다.


리처드 맥그리거 경제 저널리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28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