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권력의 구중심처인 베이징 중난하이는 정중동이다. 오는 18일 모습을 드러낼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의 향배를 놓고 막판 물밑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19차 당 대회, 시진핑 장기집권 분수령
이번 19차 당 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배체제가 강화되느냐 여부다.
권력 간 암투와 힘겨루기를 엿볼 수 있는 사건들은 지난 2012년 18차 당 대회 이후 마그마처럼 끓다가 지표로 분출되곤 했다.
사법과 정보ㆍ공안을 주물렀던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부패 혐의를 적용한 뒤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형식상 사법기관이 내린 선고지만 당ㆍ국가체제에서 당의 총서기로서 실권자인 시진핑 주석이 내린 결정이었다.
올해 여름을 달궜던 사건은 쑨정차이(孫政才)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이었다.
쑨정차이는 18차 당대회에서 25인의 정치국원에 포함됐다. 후진타오(胡錦濤)전 주석의 후계자로 역시 정치국원에 발탁된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함께 차세대 양강구도를 이뤘다.
이 사건도 권력의 정점인 시진핑이 매듭 지었다는 게 중론이다.
시 주석은 쑨정차이의 자리에 심복인 천민얼(陳敏爾) 전 구이저우 서기를 심었다. 이제 중국 정가를 향한 관심은 차세대 2명과 시 주석의 삼각관계로 모아지고 있다.
차세대 발탁할까, 시진핑 독주할까
현재까지 나온 시나리오는 세가지다. 첫째 정치국 상무위원 승진이 유력한 후춘화와 키를 맞추기 위해 천민얼 서기를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킬 것이냐 여부.
현재 천 서기는 중앙위원급으로 정치국원이 아니다.
따라서 상무위원으로 발탁하려면 2계급을 특진시켜야 한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니 불가능한 가정은 아니다. 이 경우 시진핑 주석은 권력을 시나브로 나눠야 한다. 결국 조명은 두 사람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 관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국 정가 안팎의 시각이다.
시 주석이 독주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분명한 신호를 주는 인사는 두 사람 다 정치국원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다. 후춘화 서기를 뒷받치는 계파에선 반발하겠지만 이를 억제할 권력의 힘이 있으면 가능한 얘기다.
세번째는 5년+5년으로 통용되온 임기를 한번 더 연장하겠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걸림돌은 중국공산당의 7상8하 내규다. 당대회 시점을 기준으로 67세 이하는 연임이 가능하지만 68세는 퇴임해야 한다.
시 주석이 5년 후 권력 연장의 꿈이 있다면 이 내규를 돌파해야 한다. 1953년 6월생인 시 수석은 2022년 가을이면 69세이기 때문이다.
권력 내부 각 계파와 연결된 군벌 세력의 반발과 거부감까지 다 조율해야 하는 녹록치 않은 여정이다. 예고탄은 시 주석 체제에서 반부패 전선을 지휘하며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해온 왕치산 상무위원의 거취다.
69세인 왕치산이 상무위원에 유임된다면 5년 뒤 시 주석의 거취를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탄이나 다름 없다. 국가 주석을 5년 더 연임하는 게 모양상 거부감을 일으킬 경우 기술적으로 실질적 권력의 축인 당 총서기 위에 직위를 신설해 승진하는 형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에서 위상을 유지하면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에 대한 권력은 자동 연장된다는 발상이다. 이렇게 권력의 기반을 재구축하면 후춘화ㆍ천민얼 서기의 동반 상무위원 승진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진핑 권력 향배와 북핵 해법
어떤 형태로든 권력 강화가 유력해 보이는 시진핑 2기 체제에서 대외정책 특히 북핵 문제 처리에 변화가 올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당국은 지정학적 해석에 따라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고도화해도 암암리에 뒷문을 열어주며 고강도 제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한계선으로 설정한 6차 핵실험으로 상황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북한의 전략 가치를 놓고 중국 외교안보 학계에서 벌인 학자들의 설전은 중국의 대북 피로감을 반영한다.
부정론은 순망치한론에 발목 잡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이 주도하는 판에 끌려다닐 것인지, 아니면 미ㆍ중 빅딜을 통해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인지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집권 2기를 맞는 시진핑 체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다만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통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달 중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의 최측근이 왕치산을 만났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외교부 등 정부간 공식 채널이 아닌 양국 정상의 측근ㆍ전략통들이 만났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무게가 있다”며 “북핵을 둘러싸고 미중간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게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넌은 지난 8월 북핵 문제에서 군사적 해법은 없으며 협상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구설수에 올라 사퇴했다.
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