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1897~1910 잊혀진 제국, 영토 빼앗겼지만 주권 투쟁 계속
대한제국은 1897년 10월 12일 창건돼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패망할 때까지 12년10개월17일 동안 존속했다. 대한제국은 우리 민족 최초의 근대국가로서 기념할 만한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기념은커녕 ‘나라 같지도 않은 나라’로 줄곧 무시되며 국가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않았다.
대한제국 자체가 워낙 폄하되다 보니 그 시기를 연구하는 학자도 많지 않다. 이번 토론에 참여한 세 전문가는 대한제국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왔다. 대한제국 패망을 전후한 시기부터 일제에 의해 집중적으로 자행된 우리 근대사의 왜곡은 광복이 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략 2000년 무렵 새로운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태진 교수가 2000년에 펴낸 『고종시대의 재조명』(태학사)은 새로운 분기점을 연 책으로 평가받는다. 서영희 교수는 대한제국 정치사를 다룬 연구로 첫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논문이 2003년 『대한제국 정치사 연구』(서울대 출판부)로 출간된 이후에도 대한제국을 본격적으로 다룬 박사 논문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게 다시 잊히던 대한제국이 120주년이 되는 올해 들어 크게 부각됐다. 황태연 교수가 잇따라 세 권의 역작을 펴내면서다. 『갑오왜란과 아관망명』 『백성의 나라 대한제국』 『갑진왜란과 국민전쟁』(이상 청계)이 그것이다.
이 교수는 『고종시대의 재조명』을 출간할 당시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대한제국의 역사와 패망이 너무 딱해 보여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대한제국에 대한 우리 한국인들의 이해와 인식이 너무나 안이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일제가 심어 놓은 왜곡의 덫에 단단히 걸려들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후손들의 안이함과 무책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같은 착잡한 심경 토로 이후 17년이 흐른 오늘의 상황도 크게 개선돼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