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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保守 구할 영웅을 찾는가?

바람아님 2017. 10. 11. 09:51

(조선일보 2017.10.11 이동훈 정치부 차장)


청년 우파 공부 모임 생겼는데 냉소와 무관심뿐인 보수 야당
從北 비판에만 기대선 희망 없어… 젊은 보수 키우고 기초 다져야


이동훈 정치부 차장

이동훈 정치부 차장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재완) 안에 보수·우파 사상을 공부하는 20·30대 청년 모임이 최근 생겨났다.

모임 이름이 '내일을 위한 오늘'이다. 지난 8월부터 매월 두 차례 세미나를 해왔는데 대학생, 회사원,

청년 우파 활동가 등 많으면 40여 명이 모여 우파적 시각에서 현안을 공부한다고 한다.

최근 공부 주제가 '헬조선 과연 사실일까'였다고 한다. 을씨년스러운 최근 우파 진영 사정을 생각하면

젊은이들이 모여 보수를 논하고 자유주의를 공부하는 장면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내일을 위한 오늘'의 실무를 담당하는 A씨는 한나라당 당료 출신이다.

그는 "위기일 때 오히려 기회를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며 "5년이 됐든 10년이 됐든 우파적 생각을 갖고

전면에 나설 젊은이들을 키워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보수 야당 의원들을 만나 후원을 부탁했다가 실망한

얘기를 곁들였다. 취지를 설명하고 작으나마 후원을 부탁했지만, 의원들 반응은 대체로 냉소와 무관심이었다고 한다.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보수는 자신들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곧 리더나 영웅이 나타나겠지'라거나 이참에 자신이 보수의 영웅이 돼 보겠다며 영웅놀이 하는 이들만 있다."


보수 우파는 집권 9년간 기초 체력을 다지지 않았다. 자생력을 갖춘 보수 성향 NGO(비정부단체) 하나 키워내지 못했다.

무릇 NGO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을 통해 건강해지는 법인데 보수는 그러지 못했다.

단물 떨어지기 바라는 천수답(天水畓)만 즐비했다. 대기업 지원, 국가의 음성적 지원이 끊기자 갈라진 바닥을 드러냈다.

전(前) 정부의 지원은 '화이트리스트'란 이름으로 돌아와 새 정부가 탄압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은 우파 NGO들을 제대로 잡도리할 태세다.


보수 진영에도 '뉴라이트'라는 자생적·자발적 NGO 운동이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움튼 뉴라이트는 보수가 대선에서 두 번 승리하는 과정에 훌륭한 병참기지 노릇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보수 정치권은 뉴라이트를 이용하려고만 했고, 뉴라이트 인사들도 집권 이후 논공행상에

더 관심을 쏟았다. 친이, 친박으로 갈라져 싸우는 와중에 뉴라이트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조선일보 DB


보수 진영은 젊은 보수를 키우겠다는 긴 안목이 없었다. 어찌 된 요량인지 공부도 싫어했다.

대한민국 역사가 일군 성공을 말하지 못했고, 자유시장경제가 다다른 정의를 설명하지 못했다.

'종북·친북' 타령만 되뇌는 보수는 젊은 층엔 '수구·꼰대'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토대는 1980~9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친 40·50대다.

이들이 주축이 된 진보 NGO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성장했지만, 정부 지원에만 기대진 않았다. 자발적이고 치열했다.

십시일반으로 돕고 서로 밀고 끌었다. 밑으로부터의 후원이 없었다면 참여연대나 경실련은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진보 진영 사람들은 재교육에도 열성적이었다. 교사로서, 아버지로서, 사회인으로서 자기 사고의 자기장 안으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다. 대한민국 좌파는 기초 체력에서 우파를 압도한다.

세계가 모두 오른쪽으로 가는데 한국만 왼쪽으로 돌려놓은 힘은 여기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한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의 대(對)보수 공세가 단순히 내년 지방선거만 겨냥한 것 같지 않다"며

"북·미 핵(核) 대치 와중에 좌파의 득세, 우파의 몰락이 한반도 역사를 크게 바꿀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보수 우파는 허물어진 진지를 돌볼 생각조차 않는다.

정치공학에만 사로잡힌 채 깃발 들고 무턱대고 돌격하겠다고 몇몇이 설쳐댈 뿐이다. 보수는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영웅놀이 그만두고 곡괭이와 삽을 들고 진지부터 쌓아 올려야 한다.

'왜 리더가 없느냐'고 한탄할 게 아니라 작은 후원금이라도 내고 젊은 보수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영웅의 등장은 그다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