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국경이 기존의 학설보다 훨씬 더 넓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연구 총서가 최근 발간됐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조선사 연구팀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연구 총서 ‘압록과 고려의 북계’는 고려의 국경선이 서쪽 압록강 하구에서 동쪽 원산만까지 이어진다는 학계의 오랜 정설을 부정했다.
연구팀은 조선시대에 편찬된 '고려사'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여러 기록을 검증했다. 고려사 및 당시 중국 측 공식 사서 요사·금사를 반영하면 고려의 국경은 중국 요하 지역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압록강에서 원산만으로 이어지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의 국경선이 ‘일제강점기’에 굳어졌다고도 지적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조선사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관변 학자 쓰다 소우기치가 고려의 국경선을 위와 같이 주장했고 그 견해는 100년 가까이 한국사의 중요한 틀로 자리 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가 서술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쓰다는 “고려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그중에 대표가 서희다”라며 “서희가 요나라와 담판할 때 ‘고려가 고구려의 후손이고, 이게 원래 고구려의 영토이니 지금도 우리 영토다’라고 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쓰다는 고려인들의 거짓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려의 북쪽 국경이 오늘날 압록강에서 원산만으로 이어지는 선이라는 이론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쓰다의 주장은 일본이 식민사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반도사관의 근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중세사학회 회원으로 고려 시대 토지 제도사를 연구한 고조선연구소 윤한택 연구교수가 주도해 진행했다.
윤 교수는 ‘고려 서북 국경에 대하여 - 요·금 시기의 압록(鴨淥)과 압록(鴨綠) 중심으로’라는 글에서 고려시대 압록강(鴨淥江)이 현재의 요하(遼河)였으며 여기가 고려의 서북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압록강을 표기할 때 ‘鴨淥江’과 ‘鴨綠江’을 구분하지 못해 고려시대 국경선에 큰 혼란이 왔다며 <고려사> <요사> <금사> 등을 교차 검토해 고려시대 압록강(鴨淥江)을 확인했고, 현재 중국의 요하가 고려 전기의 압록강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을 이끄는 복기대 교수는 “서희에 대한 쓰다의 생각을 시작으로 일본학자들이 한국사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