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30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왕후닝
요즘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 두 사람이 눈길을 끈다.
왕후닝(王滬寧·63·사진)과 류허(劉鶴·66)다.
왕후닝은 시진핑·리커창을 포함해 7명뿐인 최상위 정치국
상무위원, 류허는 총 25명의 정치국원 중 한 명이다.
서열 못지않게 둘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두 사람은 중국의 오랜 전통에 견줘 생각해 볼 대상이다.
왕조 시절 군주를 보필했던 책사(策士)의 전통이다.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서유기(西遊記)'의 맥락을
떠올리면 좋다. 책은 두 유형의 축(軸)을 보여준다. 서역(西域)의 부처 말씀, 즉 진리를 얻고자 길을 떠나는
현장 법사와 그를 돕는 손오공(孫悟空)·저팔계(猪八戒)·
사오정(沙悟淨)의 행자(行者) 그룹이다.
전자는 이상과 명분을 추구하고, 후자는 당면한 현실 문제 해결에 나서는 역할이다.
예전 왕조 시절의 정치판 구도를 봐도 그렇다.
뜻과 이상을 펼치는 명분 중심의 군주에게는 현실적인 방도를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이들은 보통 책사, 모사(謀士), 모신(謀臣)으로 불렸다. 위상이 더 높을 때는 제사(帝師)라고도 했다.
주(周)를 이끌어 패권을 쥐는 데 기여한 강태공, 제(齊) 환공을 도와 춘추시대 패업을 이룬 관중,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역 월(越) 구천을 보필한 범려, 유방을 보좌해 한(漢)을 세운 장량, 모택동 밑의 주은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구도는 중국만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이를 정형화했다.
싸움에서 목표를 설정한 뒤 그를 쟁취하려는 맥락의 '전략'과 '전술'을 중국인들은 일찌감치 체화한 것이다.
왕후닝과 류허는 각각 이데올로기와 경제 분야에서 시진핑을 돕는 옛 전통 속의 책사이자 모신이다.
이들을 달리 지낭(智囊)이라고도 적는다. 풀어 옮기자면 '꾀주머니'이다.
그 근간은 싸움에서 남을 이기고자 하는 모략(謀略)이다.
중국의 '꾀'와 '모략'에 맞설 우리의 방책, 우리의 대항마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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