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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쪽으로 살짝 튼 文…"트럼프는 짜증 나 있다"

바람아님 2018. 4. 3. 08:02
[중앙일보] 입력 2018.04.02 01:16
북한 비핵화 이슈에 중국이 키 플레이어로 재등장하면서 남·북·미·중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북한 비핵화 이슈에 중국이 키 플레이어로 재등장하면서 남·북·미·중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짜증이 나 있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현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달 8일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한 것엔 이유가 있었다. 속전속결로 두 지도자 간의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동맹국 한국의 긴한 요청으로 남북 정상회담(4월 말) 뒤로 북·미 회담이 밀렸다. 그런 사이 김정은·시진핑(習近平) 회담이 열렸다. ‘단계적 동시 조치’에 합의했다. 중국까지 가세한 3차원 양상으로 판이 뒤바뀐 것이다. 여기에 한국까지 “리비아 방식(선 핵 폐기, 후 보상)은 사실상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나섰다. ‘리비아 방식’을 검토하는 미국을 대놓고 견제한 것이다. 이처럼 사실상 ‘1(미국) 대 3(남·북·중)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데 대한 트럼프의 극에 달한 짜증과 분노는 지난달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을 북핵 협상 타결 뒤로 미룰 수 있다” “휴전선을 지켜주고 있지만 대가를 못 받고 있다”등 연이은 돌출 발언으로 표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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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구체적 북핵 해법은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트럼프의 북핵 발언 중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 “과거 정부의 전철은 결코 밟지 않는다.” 25년 동안 ‘단계적 협상’이란 수에 넘어가 핵 개발 시간만 벌어 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단호하게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처럼 단칼에 해치우겠다는 심산이다.  
 
겉으로는 비핵화를 외치는 것 같지만 현상 유지를 원하는 중국, ‘동족’을 내세워 이상적 평화론을 외치는 한국에 한가하게 보조를 맞추다간 미국의 국익을 잃게 된다는 게 트럼프의 속내다.
 
정상회담 후 1차 실무회담을 열어 잘되면 경제제재 50%를 풀고, 이후 2차 협상에 들어가 합의되면 평화협정 체결을 검토하는 식의 ‘주고받기’로는 또 시간만 끌다 당할 게 뻔하다고 본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에선 “이 순간부터 완전한 비핵화에 들어가며 3개월 이내에 모든 사찰까지 마친다. 미국은 6개월 후 평양에 대사관을 설치한다”는 식의 ‘최단시한’을 못 박은, 빼도 박도 못하는 ‘패키지 딜’을 이뤄 내겠다는 것이 백악관의 전략이다.
 
소식통은 “이런 판단의 저변에는 ‘호흡을 길게 갖고 가면 갈수록 북한은 도중에 주한미군 철수뿐 아니라 주일미군 철수, 한·미 동맹 재검토 등 받아들기 힘든 요구를 계속 제시하고 나설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 트럼프의 속내는 ‘돈이 드는’ 협상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단계적 협상은 결국 보상을 받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미국의 돈이 투입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금전적 부담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한다. 그게 지난 1년간 트럼프 외교의 ‘원점’이었다. 북핵 접점 찾기가 어려운 이유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