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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이어 대만 문제 격돌.."벌집 건드렸다"

바람아님 2018. 4. 8. 08:10
조선일보 2018.04.07. 15:36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국이 대만 문제에서도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 대외정책의 근간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계속 흔들어 대자 중국 정부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9일 취임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가 6월 대만을 공식 방문할 가능성을 보도했다. 볼턴이 대만 내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대만협회(AIT)의 타이베이 새 건물 개소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볼턴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무역·북한을 둘러싼 긴장과 달리, 대만은 미국과 중국 모두 양보하지 않을 ‘레드 라인’”이라고 분석했다.

제임스 매티스(오른쪽) 미국 국방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가 2018년 3월 29일 국방부 청사에서 만났다. /미 국방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관계는 냉랭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당선인 시절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긁었다. 그가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2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 전화 통화를 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대만 행보는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대만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을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 대만여행법은 미국과 대만의 모든 레벨의 공직자가 상호 교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이후 미국과 대만 고위 공직자의 상호 방문은 중단된 상태다. 한데 대만여행법에 따라 양국 장관급 인사의 교류가 재개되는 것이다.

이미 알렉스 웡 미 국무부 인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지난달 대만을 방문했다. 그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담당하는 미국 정부 요직도 대중 강경파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백악관은 국방부에서 중국과 한반도 등을 담당하는 아·태 담당 차관보에 랜달 슈라이버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임명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중국의 패권 확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친대만 인사다.


백악관 안보 사령탑에 오른 볼턴은 과거 미국과 대만이 공식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을 대만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고하고 대만에 무기 판매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하자 대만 타이완뉴스는 “볼턴은 대만의 친구로 여겨지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가장 민감한 부분을 계속 건드리는 미국을 향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 폐막 연설에서 ‘한 치의 영토도 중국에서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하며 대만 독립 지지자들과 미국에 경고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이달 3일 사설에서 “미국의 대만여행법 제정은 벌집을 건드린 것”이라며 “라이칭더 대만 행정원장(총리) 같은 분리주의자들이 (대만 독립이라는) 흉악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외부 지원에 기대도 결국 실패하게 돼 있다”고 했다.

앞서 이날 라이칭더 행정원장은 타이베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스스로를 대만 독립 지지자라고 칭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그의 대만 독립 발언에 ‘죽음’ 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