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5.11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네 갈래 길 오르막에 주막을 차린 여성. 이름은 손이랑(孫二娘). 별호는 모야차(母夜叉).
중국 4대 기서 '수호전(水滸傳)'의 양산박 108두령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세 여성 중 하나다.
특기할 점은 사람의 고기로 만든 인육만두(人肉饅頭)의 제조자.
호랑이도 때려눕힌다는 장사 무송(武松)을 혼미케 한 뒤 만두소로 만들려고 했던 인물이다.
남편 장청(張靑)과 함께 사람 고기를 잘게 썰어 만두로 만들거나, 쇠고기로 위장해 장에 내다 팔던 소설 속 캐릭터다.
이를 모티브로 삼았던 홍콩 영화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도 우리의 기억에 뚜렷하다.
중국의 현대 문호 루쉰(魯迅)은 자신의 유명 소설 '광인일기(狂人日記)' 집필 동기를 설명하면서
"중국인은 아직 사람을 먹는 민족"이라고 했다.
사람을 극도로 옥죄는 유가의 예교(禮敎) 질서가 지닌 폐해를 지적했다는 설명이 뒤를 따른다.
그러나 그의 지적은 실재했던 중국 역사 속 식인의 자취를 말한 내용이다.
학술논문의 통계에 따르면 장구한 왕조 역사에 등장하는 식인의 사례는 모두 408회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강남에 기근이 들어 사람이 사람을 먹었다(人食人)"는 시를 남겼다.
각종 기록에 등장하는 사례는 아주 많다. 다양한 명칭도 따른다.
지면으로 소개하기에는 아주 끔찍해서 다 적지 않기로 한다.
그럼에도 사람을 두 다리로 걷는 양이라는 뜻에서 '양각양(兩脚羊)'이라고 적었던 점만 덧붙이자.
대개는 전쟁이 그런 참담함을 불렀다. 그에 못지않게 중국 대륙을 휩쓸었던 재난 또한 큰 요인이다.
가뭄과 홍수, 그리고 거대한 메뚜기 떼에 의해 벌어졌던 황재(蝗災)가 대표적이다.
이런 참사는 1959년 대약진운동 무렵, 1966년의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벌어졌다.
우리는 공자와 맹자의 공맹(孔孟), 노자와 장자의 노장(老莊)이라는 사상의 맥락으로 중국을 볼 때가 많다.
그래서 착시에 자주 빠진다.
중국의 실제 역사 전개과정은 공맹이나 노장으로 포장할 수 없는 '그늘'이 아주 깊고 넓다.
이제 그 점을 제대로 살펴야 할 때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조선일보 2018.01.26 ~ ) |
[1] 皇帝와 붉은 자본가 (조선일보 2018.01.26) [2] 대륙의 虛實 (조선일보 2018.02.09) [5] '策士'와 대항마 (조선일보 2018.03.30) [6] 중국式 '냉정한 불 구경' (조선일보 2018.04.13) [8] '孔孟' 아닌 또 다른 중국 (조선일보 2018.0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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