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베를린에서는 마침 제5차 중·독 정부 간 대화가 열렸다. 2011, 2012, 2014, 2016년 두 나라를 오가며 각각 장차관과 기업 총수 등 40~50여 명이 참석하는 사실상 양국 공동 내각회의다. “중국 과학기술부와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는 ‘인더스트리 4.0’과 스마트 서비스 영역에서 협력한다” 등 71개 조항의 공동성명과 200억 유로(약 26조4000억원) 규모의 협력 문건이 체결됐다. 2014년 베를린 3차 대화에서는 인더스트리 4.0 협력을 핵심으로 한 110개 조항의 ‘협력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와 기업의 선진 스마트 제조업을 배우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조문 곳곳에서 묻어났다.
독일은 중국 견제의 끈도 놓지 않았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지난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 “새로운 실크로드 제안은 일부 독일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마르코 폴로의 감상적 신호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에 맞는 포괄적인 시스템으로 세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며 “중국은 자유·민주주의·개인의 인권에 기반을 둔 우리 서구 모델과 상반되는 복합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폭로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에 숨은 저의를 드러낸 셈이다. 또 “유럽연합(EU)은 중국·러시아의 몽둥이와 당근의 시험을 받고 있다”면서 독재와 민주라는 역사의 십자로에 섰다고도 경고했다.
정치·인권보다 경제를 강조하던 독일의 중국 외교를 바꾼 건 메르켈 총리다. 지난 5월 베이징 방문 때는 2년 전 7월 9일 자취를 감춘 인권변호사 왕취안장(王全璋)의 부인을 별도로 접견했다. 최근 만난 중국 지인은 다원성을 억압하는 중국과 해외 인권에 눈감는 한국을 지적하며 “중국은 북한을, 한국은 중국을 닮아 간다”고 우려했다.
메르켈은 2015년 천안문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하지 않았어도 경제와 인권 균형 외교에 성공했다. 중국에 시혜(施惠)만 바라는 한국의 중국 외교가 바로 서려면 정부의 당당함과 기업의 실력, 국민의 결기가 필요하다. 독일은 좋은 참고서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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