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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 가짜와 짝퉁 끊을 양심 중국에 있나

바람아님 2018. 8. 3. 12:48

(조선일보 2018.08.03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때 일이다. 그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각 지역 성장(省長)을 접견했다.

허난(河南) 성장과 악수할 차례였다. 장쩌민 주석은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이 사람은 가짜 아닌가?"


2000년 무렵 베이징에서 유행하던 우스개다.

당시 가짜 제품 생산지로 유명했던 허난을 비꼬던 베이징의 블랙 유머다.

소득 수준이 낮아 베이징에서 허드렛일에 종사하던 허난 사람들로서는 억울했던 농담이다.


중국에는 사실 가짜와 짝퉁이 넘친다.

 이는 중국의 오랜 '베끼기 전통'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베끼기 전통에 견줘 먼저 생각해 볼 단어는 의고(擬古)다.

'옛것을 본받다'는 뜻의 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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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것을 익혀 새로 알아간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과거의 일을 배워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 등의 성어도 다 같은 맥락이다.

기예를 다루는 영역에서 우선 베껴가며 실력을 닦는 이런 의고의 전통은 매우 뚜렷하다.


모고(摹古)는 원래 있는 원작을 베끼는 일이다.

회화 등에서는 임모(臨摹)라고 적는다. 이를테면 모사(摹寫)다.

글이 대상일 경우에는 임서(臨書)라고 달리 적는다.

모조(摹造), 모작(摹作) 등이 같은 맥락의 단어다.

그러나 지나치면 문제다.


베껴서 아예 제 것으로 만들면 초습(抄襲)이자 표절(剽竊)이다. 드러내놓고 베끼는 방모(仿冒),

아예 가짜를 만드는 위조(僞造)와 변조(變造)에 이어 날조(捏造)까지 등장하면 문제는 아주 커진다.


오랜 전통 때문일까. 중국에서는 가짜와 짝퉁이 이미 흐름을 이뤘다.

이른바 '산채(山寨) 문화'라고 하는 열악한 제품의 생산과 유통이 심각하다.

가짜 계란, 플라스틱 쌀, 염료로 물들인 만두, 아이들을 사망케 한 엉터리 분유와 최근의 가짜 백신이 다 그렇다.

배움 단계인 모방은 나무랄 게 없다.

그러나 정직과 양심을 결여하면 가짜와 짝퉁으로 흘러 결국 사람까지 해친다.

가짜와 짝퉁을 누를 정직과 양심의 역량이 중국에 얼마나 있는가를 세계가 지켜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