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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마윈' 닮은꼴 농부가 2년 만에 찾은 제자리

바람아님 2018. 8. 1. 07:22
SBS 2018.07.31. 15:06


어딘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죠? 중국인들은 단번에 누군가를 떠올릴 겁니다. 바로 알리바바 마윈 회장입니다. 중국에서 마윈은 '돈 많은 사업가' 이상의 추앙을 받는 인물인 듯합니다. 이런 마윈과 똑 닮은 한 중년이 큼지막한 야생 버섯을 들고 있으니 눈길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이 남성은 쓰촨(四川)성 공(珙)현에 사는 저우종차이 씨입니다. 1965년생이니까 1964년생인 마윈과 연배도 비슷하군요. 재작년 온라인상에 올라온 이 사진 한 장으로 일약 인터넷 스타가 된 저우 씨는 덕분에 유명세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알리바바 마윈과 닮은 중년 남성

저우 씨는 산골 마을에 사는 농부입니다. 물이 부족해 벼농사가 힘들어 옥수수를 재배하는 마을입니다. 대신 이 동네엔 보물이 있습니다. 산골이다 보니 야생 버섯이 많다고 합니다. 저우 씨가 사진에 찍힌 날 들고 있던 것도 야생 버섯입니다. 마을 사람 중에서도 야생 버섯 도사로 알려질 만큼 저우 씨는 옥수수 농사일보다는 야생 버섯 채취로 생계를 유지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산골마을 농부의 삶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겠습니까? 전 재산이라곤 돼지 2마리, 닭 10마리에 옥수수밭이 전부인 저우 씨는 야생 버섯마저도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시기엔 한 달에 1천 위안(17만 원)조차 벌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빈한한 중년에게 이 한 장의 사진은 고단한 삶을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인 듯 보였습니다.


저우 씨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최초의 사람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고 저우 씨를 찾아가 인터넷 스타로 만든 건 지역의 한 언론사였습니다. 지역의 명물을 소개하는 나름 이름있는 매체였죠. 역시 SNS를 통해 저우 씨의 신상과 전화번호를 알게 된 매체 대표는 저우 씨를 찾아갔습니다. 실제 만나본 저우 씨는 사진보다 더 말랐던 모양입니다. 매체 대표는 저우 씨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발을 시켰고, 옷도 사 입히며, 마윈과 더 닮도록 포장을 했습니다. 표정까지 마윈처럼 짓게 해서 다시 찍은 저우 씨의 사진을 게시해 '산골마을에 마윈이 나타났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지역 운전학원에서 저우 씨에게 쌀과 기름, 위로금까지 보냈습니다. 운전학원 사장은 저우 씨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출근하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 달에 1천800위안(30만 원)에 숙식 제공. 이만하면 저우 씨에겐 꽤 만족스러운 조건이었죠. 여기서 그친 게 아닙니다. 의류회사에서 연락을 해와 패션쇼를 하고 광고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뿐인가요? 지역 연예 기획사에선 마윈 연기를 하며 쇼를 해보자고 했고, 결혼정보 회사도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런 업체들은 저우 씨에게 행사 한 건당 몇백 위안씩을 주겠다고 제안해왔습니다. 한 달에 1천 위안 벌기도 버거웠던 저우 씨에겐 말 그대로 돈벼락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넷 벼락 스타가 된 저우 씨. 이제 그는 새로운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저우 씨는 산골마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중고차 시장 경비원 일을 그만두고 다시 야생 버섯을 채취하러 다닙니다. 광고 모델도, 연기자도 포기했다고 합니다. 왜 저우 씨는 다시 산골 마을로 돌아와야 했을까요? 사실 저우 씨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가졌던 많은 업체들은 저우 씨의 인기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었죠.


저우 씨의 유명세를 이용해 자신의 사업이 잘되길 바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장삿속이었습니다. 닮은 꼴 얼굴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을 끌어가기는 불가능했던 겁니다. 그들은 저우 씨에게 마윈과 닮은꼴 얼굴을 넘어 마윈과 똑같은 표정, 몸짓 심지어 연설까지 기대했던 겁니다. 그걸 저우 씨가 감당하긴 어려웠습니다. 저우 씨가 나름의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낮은 학력과 내성적인 성격,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어려워하는 천성으론 한계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불같이 타올랐던 저우 씨에 대한 관심은 한순간에 얼음처럼 식어 버렸습니다. 가치를 잃은 상품에 대한 냉정한 시장의 평가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저우 씨 스스로도 "차라리 잘됐다"고 상황이 이렇게 변한 걸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곡괭이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하며 지난 2년간의 뜻밖의 외유에서 경험한 씁쓸한 세상 인심을 곱씹고 있습니다. 저우 씨의 짧지만 굵은 인생 역정을 접한 많은 사람들도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엔 "필요할 때는 간도 쓸개도 빼주지만, 필요 없으면 그냥 버리는 게 중국 사회"라며 사회 현실을 꼬집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성엽 기자js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