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軍事·武器.安保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사드 보복 중국, 산둥반도에 ‘러시아판 사드’ S-400 배치

바람아님 2018. 8. 19. 09:30
[중앙일보] 2018.08.17 00:02

중국 S-400, 우리 서해안 요격 범위
평택 미군기지 등 한반도 탐지 가능

S-400 배치, 우리 해상수송로 위협
중국, 시대착오적 반접근거부 전략

거대한 새로운 체스게임의 시작
정부, 국민 생명과 국익에 명확해야


한국의 사드 배치에 보복한 중국이 ‘러시아판 사드’라 불리는 S-400 요격체계 ‘트리움프’를 지난달 배치했다. 그것도 한국 견제에 가장 가까운 산둥반도에 두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국에선 사드를 제거하고 중국엔 S-400을 배치함으로써 군사적 불균형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었다. 중국이 사드를 보복한 속셈이 드러난 셈이다. 더구나 대공방어체계 S-400은 사드보다 우수해 국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터키 경제제재와 리라화 급락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S-400 도입이 원인이다.
 
2년 전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성 압력 행사는 17∼18세기 조선과 청나라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중국 시진핑 주석은 “사드는 악성 종양이며, 한국에 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은 도를 넘어섰다. 명동 등 서울 시내에서 중국 관광객인 유커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으로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중국은 한국산 화장품 불매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각종 음식료의 중국 통관 심사도 강화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다. 그랬던 시 주석은 이미 2014년 러시아와 최신형 S-400 구매 계약을 맺었고, 지난 4월 첫 인도분을 들여와 이번에 배치한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이 한때 ‘절친’에 가까웠던 한국에 외교적 무례를 무릅쓰면서 사드를 보복하고 S-400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서해 상에서 한·미보다 군사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 우선 중국에 배치한 S-400 시스템의 미사일(48N6E) 사거리는 400㎞로 사드 미사일(200㎞)의 두 배다. 중국이 이 미사일을 산둥반도에서 발사하면 서해안 상공까지 날아온다. 유사시 서산 공군기지를 이착륙하는 공군 F-16 전투기 요격이 가능하다. 미 항모가 서해안에 아예 진입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S-400의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700㎞여서 산둥반도에서 한반도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평택 미군기지는 항상 탐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사드는 경북 성주에서 발사해봐야 우리 서해안에 닿지도 않는다. 중국까진 어림없다. 교전 탐지거리가 600㎞인 사드 레이더로는 겨우 중국 변경을 탐색할 정도다. 북핵 위기 등으로 한반도에서 군사력 과시가 불가피할 경우 중국은 한반도를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는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전략적 불균형 상태가 되는 것이다.
 
S-400은 어떤 무기인가. 러시아가 구형 대공방어체계인 S-300을 교체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2007년부터 운영했다.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사드와 달리 S-400은 속도 마하 14 이하의 탄도미사일, 항공기, 무인기는 물론 스텔스 전투기까지 요격할 수 있다. 하나의 발사대에서 4종류의 미사일을 혼합 사용해 400㎞ 이내 공중 표적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드는 고도 40∼150㎞로 높이 비행하는 물체만 요격할 수 있지만, S-400은 초저고도인 5m∼185㎞ 상공에 있는 모든 표적이 요격 대상이다. 격추 성공률은 전투기에 대해선 0.9, 무인기는 0.8, 탄도미사일에는 0.7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그래서 ‘게임 체인저’로까지 평가된다. 이런 성능 때문에 지난 4월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할 때 시리아에 배치된 러시아의 S-400 포대를 피해 작전했다. 미국은 이처럼 위협적인 S-400을 경계해왔다. 그런데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S-400을 도입을 추진하자 지난해부터 경제제재를 경고했다.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미국은 터키에 제공키로 한 F-35 판매계약을 해지할 전망이다.
 
중국은 S-400 시스템 3개 포대를 30억 달러에 러시아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까지 모두 도입해 산둥반도와 댜오위다오(釣魚島), 푸젠성(福建省)에 배치할 예정이다. 푸젠성에 배치되는 S-400은 남중국해와 대만을 겨냥하고, 댜오위다오의 S-400은 동중국해와 오키나와를, 산둥반도는 한반도 견제용이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이 괌에서 오키나와로 이동시킨 B-52 전략폭격기와 지난 5월 한·미 연합공군훈련인 맥스썬더훈련 과정에서 한국에 전개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미 해병대가 상륙돌격함에 탑재해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한 수직이착륙 스텔스기 F-35B 등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 S-400을 전진 배치하는 더 큰 이유는 장기적으로 중국 주변의 해상을 통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은 청나라 말기 잃어버린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노린 대전략을 추진 중인데 그 핵심 내용이 반접근거부(A2AD: Anti Access Area Denial)전략이다. A2AD는 남중국해~오키나와~일본 남부에 이르는 해상에 미 해·공군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그래도 접근해 오면 군사적으로 대응해 거부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해역은 국제적인 공해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이 지나가는 중요한 해상수송로다. 그런데도 중국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열강처럼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이 해상을 자신의 관할로 만들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중국이 최근까지도 군사력을 동원해 동·남 중국해의 무인도를 강제 점령하는 등 실력행사를 서슴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도 그 연장 선상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무리하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무력으로 대응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른바 자유항행조치라는 이름으로 미 해군 구축함을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해상에 진입시키고 있다. 앞으로 이 해상에 대한 미국의 자유항행과 중국의 강제적 관할권 행사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만약 미국이 자유항행을 포기하면 한국은 멀리 돌아가는 해상수송로를 새로 개척하거나 아니면 중국의 통제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혹시라도 중국이 이 해상을 통제하게 되면 우리의 젖줄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중국은 2025년까지 이 해역을 통제할 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 거대한 체스게임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태도는 안일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때 정부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이었다. 할 말도 제대로 못 했다. 그러나 중국 문제는 조만간 또다시 반복된다. 정부의 회피 일변도의 모호한 태도로는 첨예한 국익을 챙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같은 상황이 북핵 문제에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미 수십 개의 핵무기를 만든 북한의 선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이건 북한이건 국민의 생명과 국익이 걸린 사안에는 정부가 명확한 전략과 입장을 낼 필요가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