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사냥터에서나 전쟁터에서나 자신을 감추는 은폐술(隱蔽術)이 중요했다. ‘병법의 대가’인 손자도 2500년 전에 벌써 “미묘하여 보이지 않고 신비하여 소리가 없는 경지에 이르면 능히 적의 생사를 맡아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 공중전에서는 은폐술이 더욱 긴요해졌다. 적의 레이더에 잡히면 영락없이 ‘그물에 걸린 새’가 되고 만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개발한 무기가 스텔스(stealth) 항공기다. 핵심 기술은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외형이나 자재·도료로 적에게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1959년 모스크바국립대 대학원생이 박사논문에서 처음 공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1970년 미국 군용기 개발업체 록히드(현 록히드마틴)가 스텔스기 제작 과정에서 이 논문을 입수해 1981년 F-117 나이트호크를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실전에 배치된 이 스텔스기는 걸프전과 이라크전, 보스니아전에서 맹활약했다.
이 폭격기의 성능을 크게 개선한 스텔스기가 F-22로 현재까지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이 기종의 수출용 보급형은 일본·한국에 도입되는 차기 전투기 F-35다. F-35는 올해 1월 일본에 첫 배치된 이후 2020년까지 42대가 도입되고, 우리나라에는 내년 3월부터 40대가 들어올 예정이다.
록히드마틴은 최근 F-22와 F-35의 혼합형 모델인 차세대 전투기를 설계하면서 개발과 생산의 50% 이상을 일본에 맡기기로 했다. 이는 군사 분야에서 ‘미·일 스텔스 기술동맹’을 뜻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중 한·미 훈련을 중단한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동맹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을 지렛대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체 스텔스기 J20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도 독자 기술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손잡고 차세대 스텔스기 공동 개발에 나섰다. 전투기 개발과 도입은 국제정치에서 고도의 협력을 상징하는 제스처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투기 공동 개발은 ‘브렉시트’로 흔들리는 유럽연합의 결속을 다지는 효과가 있다. 일본으로서는 전투력 확보와 제작비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 경쟁력에서 뒤지면 유사시 제공권 다툼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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