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8.09.07. 01:00
군복 입은 군인엔 "Thank you for your service"
미국에서 최근 50년 전쯤 세상을 떠난 의원의 이름이 연일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리처드 러셀 전 민주당 상원의원입니다. 상원에서 보낸 38년이란 세월 동안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공립학교에 무료로 또는 저가로 급식을 하도록 한 법을 만든 인물로 기억됩니다.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롤모델이었다고도 하죠. 109년 된 미 국회의사당 사무동 건물은 그의 업적을 기린다는 취지에서 47년째 러셀 빌딩으로 불립니다.
미국에 한국인 이름 딴 OOO가 있다?
지난 2011년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에 포털사이트 MSN 닷컴이 역사상 최고의 전쟁 영웅 16명을 꼽았습니다. 여기에 포함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는데요. 생전 ‘100% 미국인, 100% 한국인’이라고 자신을 칭한 재미교포 고(故) 김영옥(1919~2005년) 대령 입니다. 유색인종으로 유일하게 조지 워싱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군 출신 대통령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앞서 2009년에 로스앤젤레스(LA)에 그의 이름을 딴 공립중학교가 문을 열기도 했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부설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는 최초로 한인의 이름이 붙은 대학기구라고 합니다.
무패 신화 ‘야수 탱크’엔 별 13개 가문 장군 이름
2차 대전에서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명장 조지 패튼(1885~1945년) 장군은 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잠시 미국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호수에 전사자들의 이름을 붙여 온 나라도 있습니다. 최소 200만개 이상으로 세계에서 호수가 가장 많이 있다는 캐나다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1947년 이후로 호수에 전사자의 이름을 명명해왔다고 하네요. 지금껏 캐나다 서부에 있는 서스캐처원 주에만 4000개 넘는 호수에 군인의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매케인 의원의 얘기로 돌아갑니다.
“상원은 미국의 영웅을 오랜 시간 추모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러셀 빌딩을 매케인 빌딩으로 바꾸자는 슈머 의원의 제안에 대해 이견이 나오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면서 전·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목표는 오직 매케인 의원을 기릴 최선의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상원 군사위원회가 쓰던 방의 이름을 매케인의 이름을 따 명명하는 것과 응접실에 걸린 헨리 클레이, 대니얼 웹스터, 로버트 태프트 같은 역대 인물들 옆에 매케인의 초상을 거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하죠. 어떤 식으로든 영웅 매케인에 끝까지 최고의 예를 갖추자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지 않나요.
전사자는 물론 한 명의 동료도 전장에 버려두지 않는다는 미군의 철칙과 참전 용사들에 대한 지극한 예우,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영웅 만들기를 통해 애국심을 끌어올릴 필요도 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모병제임에도 자원 입대자의 수가 줄지 않고 가장 존경하는 직업 상위엔 군인이 포함되며 어느 곳보다 신뢰받는 집단이 교회도 대학도 아닌 군대라는 사실, 단순히 제도가 다른 먼 나라의 이야기로 치부할 게 아니라 이것이 던지는 의미를 새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군복 입었으면 “Thank you for your service”
「 한 커피숍에 군복을 입은 군인이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는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남성이 있습니다. 군인에 사진을 찍어 달라며 다가온 앳된 소년은 곧 정체모를 남성의 앞으로 가 이렇게 말하는데요.
묘사한 장면은 퇴역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갖자는 취지로 미국에서 제작된 공익광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영상은 “당신이 베테랑(퇴역군인)을 만나면 그들의 복무에 감사하십시오. 그 단어가 얼마나 강력한 지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하죠.
미국 공항에선 “군인이 있으면 먼저 탑승하라”는 방송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이른바 ‘밀리터리 프리보딩(pre-boarding·우선 탑승)’입니다. 비행기에 군인이 타면 항공사 직원이 이를 알린 뒤 감사 마음을 전하고, 승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끌어내는 일도 흔하죠. 야구장, 농구장에선 종종 휴식시간에 베테랑들을 일어나게 해 경의를 표하곤 합니다.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할 때 우선 혜택을 받기도 하고 식당에서 장병의 음식값을 대신 지불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공항에서 휴가 가는 군인에게 일면식 없는 할머니가 용돈을 주는 식의 미담이 수없이 많습니다.
미국의 한 항공사는 정복 차림의 군인에 무례하게 했다가 승객들의 비난이 쏟아져 장문의 사과와 함께 군인 탑승객에 대한 우대정책까지 발표한 적이 있죠.
미국인들이 평소 군인과 군복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예우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일 겁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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