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9.04 배준용 기자 )
젊은층, 누드비치·남녀혼용 사우나 외면… '누드 문화' 퇴조
1984년 독일 비스마하만 누드 비치에서
남녀가 스스럼없이 나체로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누드비치 등 유럽 특유의 누드 문화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퇴조하고 있다.
/독일연방정부 제공
유럽에서는 햇볕이 쨍쨍한 날 남녀가 공원이나 해변에서
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이를 'FKK(Freie Koerper Kultur·몸이 자유로운
문화)'라고 부르며 적극 권하기도 한다.
195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한 누드 비치는
유럽 각지와 전 세계로 확산했고, 독일·네덜란드와
북유럽 국가에서는 남녀가 알몸으로 함께 사우나를 즐기는 풍경이 일상이다.
이런 유럽 특유의 누드 문화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프랑스에서 1984년 50세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일광욕할 때 알몸으로 햇볕을 쬔다'고 답한 비율이 43%에 이르렀는데,
지난해 (2017년) 조사에서는 같은 답변 비율이 22%로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발가벗은 유럽이 옷을 입고 있다"고 표현했다.
누드 문화 퇴조로 유럽 각지의 누드 비치와 '탑리스 비치(Topless beach·상의를 입지 않는 해변)'가 줄어들고,
영업난을 겪는 남녀 혼용 사우나는 늘고 있다.
네덜란드 잔드불트 누드 비치는 1980년대만 해도 레스토랑 7곳이 성업했지만, 지금은 단 한 곳만 남은 상태다.
이 식당 주인 윔 피셔씨는 "손님은 젊은 사람이 없고 전부 50대"라고 말했다.
누드 문화는 그리스 신화 이후 꾸준히 유럽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19세기 말 이후에는 '자유, 평등, 해방'이라는 정치적 함의를 가졌다.
옷을 벗으면 성별·재산·직업 같은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서로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누드 비치나 남녀 혼용 사우나에서 쑥스러운 듯 행동하는 건 실례로 여겨진다.
알몸을 부끄러워하는 건 곧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누드 문화의 핵심 전제는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의 청년층은 이런 누드 문화에 익숙지 않은 분위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청년층은 맨몸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고 분석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면서 청소년들이 일찍부터 자극적인 포르노그래피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기성세대와 달리 나체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데 익숙해져 누드 문화를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알몸이 몰래 촬영되고 유포될 위험이 커진 것도 누드가 퇴조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슬람 문화 등 성(性)에 대해 보수적인 문화권에서 넘어온 이민자가 늘어난 것도 누드 문화 퇴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 내 정치권은 좌·우 구별 없이 누드 문화 퇴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레고 기시 독일 좌파당(Die Linke)
대표는 "FKK가 위축되는 건 독일 사회가 보수적인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누드 비치가 사라지는 건 문화적 소수자 계층(이슬람 이민자)의 요구에
굴복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영업난에 빠진 누드 비치와 남녀 혼용 사우나는 고집을 꺾고 생존을 모색 중이다.
네덜란드의 누드 비치들은 일주일에 3일은 수영복을 입고 입장할 수 있는 '수영복 데이'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남녀 혼용 사우나는 특정 시간대에 손님이 옷이나 수영복을 입고 입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추세다.
'몰카 공포'를 덜기 위해 사우나 입구에서 손님들의 스마트폰을 수거하기도 한다.
블로그 내 관련 게시물 : [매거진M]독일의 ‘누드 문화’ 어디까지 알고 있니? (중앙일보 2016.11.06) 독일의 누드 문화는 역사가 제법 길다. 19세기에 ‘인간은 자연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자연주의가 주목받았는데, 그것이 누드 문화를 발전시켰다. ‘맨몸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연주의 사고의 핵심. 심지어 이를 생활화하기 위해 ‘맨몸으로 등산이나 산책하는 문화(Nacktwanderung)’도 생겼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런 문화를 적극 허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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