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0.02 팀 알퍼 칼럼니스트)
한 달 지하철 출퇴근만 22만원… 런던은 대중교통 가장 비싼 도시
쾌적하고 청결한 한국과 달리 런던 지하철은 덥고 좁고 지저분
英 택시비 비싸 야간 버스 타지만 비틀스 합창하는 신나는 풍경도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만간 런던을 여행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걸어 다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대중교통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런던에서 한 달간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면 최소 22만2000원이 들 것이다.
만약 런던 중심부가 아닌 외곽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지하철 비용은 이 두 배에 달할 것이다.
이렇게 비싼 운임 때문에 영국의 지하철이 최신 시설을 갖추고 원활하게 운행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런던의 지하철은 매우 지저분하다.
냄새 나는 테이크 아웃 음식들을 지하철 안에서 먹고 쓰레기를 두고 내리는 일도 무척 잦다.
발을 좌석에다 올려두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설상가상으로 보수 작업으로 역사(驛舍)는 자주 문을 닫는다. 지하철이 연착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런던 사람들은 계속되는 고장과 연착으로 악명 높은 노던 라인(런던의 남서쪽에서 북서쪽을 관통하는 노선)을
'미저리 라인(misery line)'이라 부른다.
워털루 시티 라인은 물이 새는 터널 때문에 '하수구'라는 뜻의 '드레인(drain)'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런던을 아직 방문하지 않은 한국 사람이라면 아마도 런던에서 여러 가지로 충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최근 불어닥친 폭염 기간에 런던을 방문했다면 이 오래된 도시를 증오하게 될지도 모른다.
런던의 버스와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영국의 일간지인 '이브닝 스탠더드'에 따르면
올해 폭염 기간 동안 런던의 지하철 실내 온도는 섭씨 35.4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런던 지하철이 1860~1870년대에 설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이기 때문이다.
1800년경의 런던 인구는 고작 100만명 정도였다.
차량도 작게 설계됐고 차량이 지나가는 터널 또한 마찬가지로 매우 좁다.
하지만 지금은 평일 런던에 체류하는 인구가 1000만명으로 늘어났다.
/일러스트=이철원
택시 또한 비싼 요금 때문에 악명 높다. 한국에서는 택시를 탈 때 비용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서 택시를 3㎞ 정도 타고 가면 2만15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부자들이나 '블랙캡(택시)'을 타고 다닐 것이다.
2007년 런던에서 서울로 이사한 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에 비해 한국의 지하철은 너무나 깨끗했다.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냄새가 풍기는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두고 내리거나, 좌석에다 발을 올려놓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얼마 전 탔던 공항철도는 너무나 깨끗하고 밝아서 대학 병원의 수술실이 연상될 정도였다.
많은 점에서 한국과 영국의 대중교통은 천국과 지옥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한국 지하철의 상대적인 청결함과 평온함을 좋아하는 만큼,
나는 영국의 대중교통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부분도 많다.
한국 지하철은 청결하지만 대신 단조롭게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모든 지하철역이 다 똑같이 생겼다.
반면 런던의 지하철은 많은 지하철 역사가 아름답고 독특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얼스 코트역은 아주 오랜 시간을 거슬러 간 듯한 고전적인 디자인이다.
워털루역은 19세기 건축의 백미이다.
과도하게 비싼 택시 비용 때문에 영국의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유흥을 즐긴 후 나이트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이트 버스는 큰 도시의 중심가에서 교외 지역으로 운행된다.
대부분 일반 버스 노선을 지방까지 연장해서 야간에만 운행되는 버스이다.
하지만 많은 승객이 술에 취해있는 나이트 버스는 무법천지이자 무질서로 가득한 매우 야만적인 교통 수단이다.
하지만 때때로 나이트 버스에서는 무척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된다. 영국 사람들은 음주 후에 '지킬과 하이드'처럼 변신한다.
평소에는 부끄럼을 타고 비관적이며 내성적이지만 술을 마신 다음에는 낙관적이며 수다스럽고 거리낌 없어진다.
왁자지껄한 농담 소리가 넘쳐나고 버스 안의 모든 승객이 갑자기 떼창을 하기도 한다.
만약 한밤중에 한국의 버스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면, 다음 정류장에서 경찰에게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반면 영국의 나이트 버스에서 널리 알려진 데이비드 보위나 비틀스 혹은 엘턴 존의 노래를 부른다면
비록 낡고 냄새 나고 칙칙한 버스지만 순식간에 신나는 관광버스로 둔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버스 기사 또한 이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人文,社會科學 > 時事·常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용한의 전쟁史]〈26〉안시성 (0) | 2018.10.03 |
---|---|
[윤희영의 News English] 女風 시대의 신조어 'himpathy' (0) | 2018.10.02 |
[알쓸신세]스페인 어선에 기관총 쏜 캐나다, 이유는 가자미 (0) | 2018.10.01 |
발가벗은 유럽이 옷을 입기 시작했다 (0) | 2018.09.24 |
[윤희영의 News English] 치매 방지의 지름길 (0) | 2018.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