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기자의 '사談진談']낭중지카(囊中之camera)

바람아님 2018. 10. 20. 08:44
동아일보 2018.10.19. 03:00
어느 쪽이 폰카 사진이고 어느 쪽이 DSLR 카메라 사진일까? 신문 지면에서는 구별하기 쉽지 않지 않다. 오른쪽이 폰카로 찍은 것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디카인 캐논 5D MarKⅣ와 폰카인 LG V40으로 동일장소와 시간에 찍은 사진을 반씩 나누어 합쳤습니다. 어느쪽이 폰카 일까요?
디카인 캐논 5D MarKⅣ와 폰카인 LG V40으로 동일장소와 시간에 찍은 사진을 반씩 나누어 합쳤습니다. 어느쪽이 폰카 일까요?
디카인 캐논 5D MarKⅣ와 폰카인 LG V40으로 동일장소와 시간에 찍은 사진을 반씩 나누어 합쳤습니다. 어느쪽이 폰카 일까요?
디카인 캐논 5D MarKⅣ와 폰카인 LG V40으로 동일장소와 시간에 찍은 사진을 반씩 나누어 합쳤습니다. 어느쪽이 폰카 일까요?
디카인 캐논 5D MarKⅣ와 폰카인 LG V40으로 동일장소와 시간에 찍은 사진을 반씩 나누어 합쳤습니다. 어느쪽이 폰카 일까요?
장승윤 기자
“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당신은 셔터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요.)

이런 슬로건을 걸고 1889년 나온 코닥 카메라는 조작이 쉽고 가벼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필름 카메라의 시대는 35mm 소형 카메라에서 정점을 찍었는데, 1925년 독일 라이카에서 만든 최초의 소형 카메라는 발명 동기가 재밌다. 한 등산가가 기존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알프스 등산에 실패하자 공학박사를 찾아가 작은 카메라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탄생했다. 가볍고 단순한 카메라를 쓰고 싶다는 사용자의 요구를 코닥과 라이카가 제대로 읽었다.


디지털 시대가 오며 카메라 회사들은 화질 경쟁을 펼쳤고 이미지 센서의 감도 개선과 화소수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셔터 속도를 높이고 수많은 기능을 탑재시킨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는 다시 무거워졌고 복잡했기에 사진업 종사자나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머물렀다. 대중은 이보다 작고 심플한 콤팩트 카메라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듯 카메라의 휴대성과 편리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한 가지 요소를 추가한다면 ‘재미’를 꼽고 싶다. 디카 시대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날로그 카메라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찍으면 바로 사진이 나오고 즉석에서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조작이 쉽고, 가볍고, 재미를 모두 갖춘 카메라는 없을까?


있다. 1999년생이고 올해 스무 살 성년이 됐다. 얼마나 더 성장할지 모르는 괴물 카메라다. 365일 당신 옆에 ‘첩처럼’ 붙어 다니는, 바로 휴대전화 카메라다. 초창기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는 겨우 30만 화소급이었지만, ‘바로 찍어서 바로 보낸다’는 유행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를 간파한 제조사들은 카메라 성능 개선에 노력해 이제는 4000만 화소급 폰카(화웨이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폰카들은 “아, 이제 화소 경쟁은 끝났다. 금방이라도 단풍물이 뚝뚝 떨어질 듯 실감나는 사진도 꼬맹이 카메라로 가능하다. 묵직한 이두박근 단련용 DSLR는 헬스클럽에나 줘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화질을 정복한 폰카의 쓰임새는 막강해졌다. 언제부턴가 사진기자들은 폰카를 촬영의 보조 장비로 쓰고 있다. 2015년 기자 집 근처에서 발생한 의정부화재 때 휴무였던 나는 폰카로 이 장면을 찍어 신문 1면에 사진을 실었다. DSLR로 찍은 사진과 폰카 사진은 신문 지면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신문, 잡지 더 나아가 빌딩 옥외 광고판까지 폰카로 찍은 이미지가 사용되고 있다. DSLR를 버리고 휴대전화로만 찍고 전시를 하는 작가도 많아졌고 갤러리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작품도 있다. 모바일 시장을 잡겠다고 발전한 폰카가 카메라 시장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작은 형님’ 격인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몇 년 전 이미 폰카에 접수당했다. 올해 출시된 휴대전화를 보면 큰형님 격인 DSLR와도 대적할 만한 신무기를 달고 있다. 배경과 인물을 분리시켜주는 아웃포커싱 기법은 망원렌즈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절대 초점거리를 수반해야 하기에 얇은 스마트폰에는 넘사벽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렌즈 묶음을 만들었다. 올해 중국 화웨이와 LG는 새 휴대전화에 트리플 카메라(렌즈 3개), 삼성은 쿼드러플 카메라(렌즈 4개)를 탑재했다. 렌즈 중에는 화각이 45도짜리가 있는데, 쉽게 얘기하자면 인간의 눈보다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는 렌즈가 폰카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초점거리 200mm 이상의 망원렌즈가 200g도 안 되는 휴대전화에 장착된다면 기술적 진보를 넘어 비주얼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 예측한다. 클로즈업이 가능한 휴대전화이기에 1인 미디어들에겐 전보다 다채로운 영상과 사진을 만들 수 있는 무기가 더 생기는 것이고 미디어 수도 더 많아질 것이다. ‘몰래카메라’ 범죄 또한 단속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기자는 하루빨리 초점거리가 200mm급의 망원렌즈가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세상을 담는 이미지들이 대중에 의해 더욱 다채로워진다면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낭중지카(囊中之camera)’로 자리 잡은 주머니 속 폰카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