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08 어수웅·주말뉴스부장)
[魚友야담]
성장하지 않으면 죽은거나 다름없다, 인생은
/어수웅·주말뉴스부장
느닷없지만,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츠(70)를 담은 '슈독'을 개인적인 올해의 책으로 꼽으려 합니다.
2018년도 아니고 2016년에 출간된 책, 그것도 슬쩍 얕잡아 보던 경제경영서 계열의 자서전을?
늦었지만, 일종의 균형감각에 대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최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47)가 이런 '용감한' 주장을 했죠.
세상을 바꾸려면, 최소한 주 80시간은 일해야 한다고요.
용감하다는 형용사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소위 워라밸의 시대,
주 52시간 넘게 일하면 법으로 처벌한다는 대한민국에서 감히 주 80시간이라니요.
'열정'은 열렬한 애정으로 열중하는 마음이라는 사전적 의미 대신, 비웃음의 대상으로 더 자주 쓰이는 명사 아닙니까.
'열정 페이'를 떠올려보세요. '일 시키고 돈 안 주기'라는 의미로 소비되는 세상이죠.
가난했지만 함께 성장하던 기성세대의 청년 시절과 달리, 내리막의 시대가 되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체념으로 몇 년을 반복하다 보니,
우리에겐 무력감이 가장 무서운 허들이 된 게 아닐까요.
뭘 해도 안될 거야. 열정은 위험한 야망이야.
모두를 위한 이야기도 아니고, 모두가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단 이럴수록 누군가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는 것.
화성으로 로켓을 쏘아보내고 전기차에 미쳐 있는 남자는, 하루에 22시간씩 주 7일을 일한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미친 거죠. 하지만 '혁신'은 그런 광인(狂人)에게만 자신을 허락하는 듯합니다.
신발에 미친 남자를 슈독(shoe dog)이라 부릅니다. 필 나이츠도 마찬가지죠. 호기심이 외로움을 누르는 삶의 주인공.
'슈독'의 매력은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패배 스토리라는 데 있습니다.
세상을 제패한 현 나이키 제국의 찬미가 아니라, 일본 신발(지금의 아식스) 떼어다 팔고 미친 듯 돈 꾸러 다니면서도
러닝화와 농구화의 밑창을 업그레이드하던 초창기 1962년부터 1980년까지의 땀과 열정.
인생은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반복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삶은 아니고, 지금은 그래서도 안 될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있죠. 성장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열정이.
여섯 번째 '아무튼, 주말'을 펴냅니다. 호쾌한 주말 되시기를.
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 |
(10대를 위한) 슈독 : 나이키 괴짜 사장 필 나이트의 성공 분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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