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01] 샌들 한 짝 벗는 데도 우아한 '그리스 스타일'

바람아님 2013. 12. 1. 22:19

(출처-조선일보 2013.04.29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는 '강남 스타일'이기 이전에 고대 그리스의 고전 스타일이었다. 아테네의 '아테나 니케 신전' 외부 난간을 장식한 니케의 부조(浮彫)가 바로 그렇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금 막 날개를 접고 신전에 들어서기 위해 샌들을 벗고 있다. 사실 이렇게 한쪽 발을 앞으로 들고 허리를 굽혀 신발을 벗는 건 그리 고상한 동작이 아니다. 그러나 여신은 마치 춤을 추듯 아름답고 우아하다.


온몸을 감싼 얇은 옷은 니케의 몸놀림을 따라 한쪽 어깨를 드러내며 부드럽게 아래로 흘러내려 굴곡 있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다. 아무리 옷감이 얇은 들 옷을 물에 적셔서 입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몸에 착 달라붙을 수 있을까. 이 시기, 아테네의 조각가들은 여체의 아름다움을 직설적인 노출 없이 표현하기 위해 이처럼 투명한 옷자락을 만들어냈다. 이를 '젖은 천' 기법이라고 부른다. '젖은 천'처럼 상체를 따라 흐르던 옷 주름은 내려오면서 간격이 좁아지고 골은 깊어져 극적인 리듬감과 강렬한 음영의 대조를 만들어낸다.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결코 현실적이지 않은 아름다움, 이것이 바로 그리스 고전 미술의 특징이다.

아테나 니케 신전은 기원전 420년대에 지어졌다. 그즈음 아테네인들은 숙적 스파르타와 때마침 상륙한 치명적 역병과 동시에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승리와 생존을 기원하며 전쟁과 지혜, 공예의 여신인 처녀신 아테나에게 신전을 바쳤던 것이다. 아테나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승리의 여신 니케가 따라왔기 때문이다. 정숙해 보이지만 이때다 싶으면 반드시 싸워 이기는 그런 반전 있는 아테나는 그리스의 신 중 그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temple of athena - Nikè sandale

'샌들을 벗는 니케'… 기원전 410~407년, 대리석, 높이 107㎝,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