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1.07.22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성취한 사회·경제적 발전은 분명 세계사적으로 보기 드문 성공사례다. 한국이 그처럼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다.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우리의 교육이 결정적인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하면 그들은 대개 수긍하는 눈치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의 교육이 어떤 사회·경제적 결과를 초래한 것일까?
여기에서 한번 비교해 볼 만한 곳이 인도 남서부에 위치한 케랄라주이다.
케랄라는 1956년 인도의 한 주로 독립한 이후 줄곧 사회민주주의 복지경제 체제를 유지해 왔다. 주 정부는 의료와 교육에 많은 재정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이 지역의 삶의 질은 인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인도의 다른 주와 비교해 보면 차이를 뚜렷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 북서부의 우타르프라데시주와 각종 지표들을 비교해 보면, 여성의 문자해독률은 케랄라 88%, 우타르프라데시 43%, 출생 시 기대수명은 케랄라 70세, 우타르프라데시 54세, 유아사망률(신생아 천 명당 사망 수)은 케랄라 13, 우타르프라데시 114, 출산율은 케랄라 1.8, 우타르프라데시 5.2이다.
한 마디로 우타르프라데시가 전형적인 후진국 양태를 보이는 반면 케랄라는 거의 미국 수준에 근접해 있다. 케랄라주가 이토록 높은 복지 수준을 자랑하고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가 인도 최고 수준인 것은 아동 교육, 특히 여자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케랄라의 경제 발전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인도의 평균보다는 다소 높지만 1인당 GDP도 저개발 수준이고, 기근 문제 역시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별다른 산업이 자리잡지 못해서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 그 결과 매년 200만 명의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서 일하고 있다. 두바이나 그 주변 지역에서 일하는 케랄라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송금하는 외화가 케랄라 주 정부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이처럼 높은 교육 수준과 낮은 경제 발전의 결합을 '케랄라 현상'이라 칭하기도 한다.
교육은 분명 사회와 경제 발전의 핵심 요인 중 하나지만 실상은 매우 복잡하다.
과거의 교육이 오늘날의 경제 발전을 가져왔다고 단순히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장차 어떤 목표로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해 볼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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