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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 F-22랩터 잡혔다..스텔스vs레이더 '모순 대결'

바람아님 2019. 1. 7. 09:53

중앙일보 2019.01.06. 06:00


[이철재의 밀담]

지난해 9월 24일 러시아의 한 네티즌이 인스타그램에 하늘을 날고 있는 전투기의 흑백 사진 한장을 올렸다. 사진 설명엔 ‘러시아의 Su-35 전투기가 찍은 F-22 랩터 사진’이라고 돼 있다.

미국 공군의 전략 스텔스 폭격기인 B-2 스피릿. [사진 미 공군]

F-22 랩터는 미국의 대표적인 스텔스 전투기다. 러시아 전투기가 버젓이 F-22의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F-22가 탐지됐다는 걸 의미한다. 현역 러시아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보이는 이 네티즌은 해당 사진을 시리아에서 촬영했다고 했다. 물론 미국은 이런 주장에 대해 침묵했다.


스텔스(stealth).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레이더상에서 적을 속여 생존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쉽게 풀면 ‘레이더에 덜 걸리는 기술’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아예 ‘레이더에 안 걸리게 만드는 기술’로 잘못 알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텔스=투명’이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그는 지난해 7월 한 행사에서 F-35를 가리키며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2017년 11월에도 F-35를 “거의 투명 전투기와 같다. 보이지 않는다”며 “보이지 않는 전투기와 싸워 이기긴 힘들다”고 자랑했다.

시리아 상공에서 러시아 공군의 Su-35가 촬영했다는 미국의 F-22. [사진 Fighter-Bomber 인스타그램 계정]

미국의 대표적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사진 미 공군]

군사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레이더 이외 음향ㆍ열을 이용하는 탐지수단에 쉽게 탐지되지 않도록 항공기를 감추는 기술을 통틀어 스텔스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스텔스기도 당연히 레이더에 걸린다. 다만 레이더 피탐면적(RCS)이 작기 때문에 레이더에 아주 작은 물체 또는 허상으로 나타난다. 스텔스기가 레이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정체가 드러난다. 미국의 스텔스기인 F-35 라이트닝II의 경우 레이더에 골프공 크기의 물체로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스텔스기를 잡을 수 있다고 떠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증거로 내세웠다. 중국ㆍ러시아의 창(스텔스 탐지 기술)과 미국의 방패(스텔스 기술)의 치열한 모순(矛盾)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

인도의 군사 정보 사이트 인도 국방연구소는 지난해 5월 “(2018년) 3월 중국령 티베트에서 비행 훈련 중이던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스텔스기인 J-20이 인도 공군의 전투기 Su-30Mk 레이더에 의해 탐지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J-20 스텔스 전투기. [중앙포토]

인도 공군참모총장인 비렌더 싱 다노아는 “J-20은 서구와 인도에서 알려지고 중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스텔스’하지 않다. 스텔스기 탐지 레이더가 아닌 일반 레이더로도 걸린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들은 “J-20이 티베트에서 비행 훈련을 하지 않았다”이라며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2017년 10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의 F-35I가 시리아군의 지대공 미사일 S-200에 맞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1대의 이스라엘 F-35I가 가동중단됐다는 보도가 뒤이었다.

중국의 스텔스기인 J-20을 포착했다는 인도의 Su-30 MKI. [사진 위키피디아]

러시아 방공군(공군)의 이고르 말체프 중장은 2016년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텔스 기술은 허구(paper fiction)”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CCTV도 같은 해 동중국해에서 비행 중인 F-22를 탐지했다고 주장했다.


금이 간 스텔스 무적 신화

스텔스기는 무적이 아니었다. 1999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미 공군의 F-117 나이트호크 1대가 격추됐다.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F-117 나이트호크. 모양 때문에 '하늘을 나는 다리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진 미 공군]

운과 기술, 방심이 엮어낸 결과였다. 미군의 F-117은 매번 똑같은 루트를 따라 비행했다. 세르비아군의 방공태세를 깔봤던 것이었다. 하지만 세르비아군은 미군과 나토군의 통신을 도청했다. 그래서 세르비아군은 다국적군의 전투기가 언제 출격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세르비아군은 레이더를 손봐 레이더가 쓰는 전파보다 파장이 긴 전파를 보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23㎞ 거리에서 F-117을 탐지할 수 있었다. 다만 탐지 거리가 짧아 17초 안에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해야만 했다. 세르비아군은 엄청난 훈련으로 발사 준비시간을 줄였다.

당시 F-117이 폭탄을 투하하려고 내부 무장창을 연 순간 세르비아군의 레이더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때가 스텔스기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내부 무장창을 열면 문이 튀어나오는데 여기에 레이더 전파가 닿아 반사되기 때문이다.

1999년 3월 27일 세르비아에 추락한 F-117의 잔해. [사진 Aviationist]

세르비아군은 지대공 미사일인 SA-3 2발을 발사해 F-117을 격추했다. 당시 러시아와 중국이 F-117 잔해를 가져가 스텔스 기술을 연구했다는 후문이다.


스텔스기 잡는 레이더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있다. 패시브 레이더다. 항공기의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를 잡는 레이더다. 레이더 전파를 쏴 적 항공기에 맞아 되돌아오면 이를 분석하는 액티브 레이더와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이 때문에 패시브 레이더는 센서로 분류하기도 한다.

베라 패시브 레이더 [사진 옴니폴]

1983년 체코슬로바키아(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에서 만든 타마라 레이더가 대표적인 패시브 레이더다. 타마라 레이더는 옛 소련과 중국에도 수출됐고, 미국도 입수했다고 한다.

타마라 레이더를 개발한 체코슬로바키아의 테슬라(현재 체코의 옴니폴)는 더 업그레이드한 베라 레이더를 내놓았다. 옴니폴은 베라 레이더가 450㎞ 안의 스텔스기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패시브 레이다는 한계가 있다. 스텔스기가 전파 침묵(전파를 일부러 내보내지 않을 경우)을 유지하면 탐지가 힘들다. F-35는 자체 레이더를 켜지 않고 광학장비로 적을 찾거나 아군과 데이터링크로 표적 정보를 받을 수 있다.

UHF나 VHF와 같은 장파장 레이더도 스텔스기 탐지에 유용하다. 북한도 장파장 레이더를 보유하는 것으로 군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파장 레이더는 크기가 크고 전력 소모가 많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지금까지 나온 스텔스 탐지 레이더들은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지만, 미사일을 적 스텔스기로 유도해 격추할 수는 없다”며 “기술의 한계 때문에 대강의 위치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텔스기가 활동하는 지역의 라디오ㆍ텔레비전ㆍ휴대전화가 미세하게 영향을 받는 점을 포착하는 스텔스기 탐지 기술도 연구 중이다.


더 날카로워진 중국과 러시아의 창

요즘 중국과 러시아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 듯하다. ‘미국의 스텔스기가 하나도 안 무섭다’는 것이다. 미국보다 스텔스 기술이 뒤진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의 스텔스기 탐지 기술에 투자를 집중했다.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S-400의 92N6E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사진 위키피디아]

중국은 3차원 장거리 레이더인 JY-26이 ‘스텔스기 탐지’가 특징이라고 자랑한다. UHF 전파를 쏘는 이 레이더는 산둥(山東) 지역에서 한국 상공에 비행하고 있는 F-22를 식별했다고 중국의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의 DWL002는 500㎞ 밖의 화염과 그 화염의 속도로 스텔스기를 탐지한다는 레이더다. 2017년 중국이 파리 에어쇼에서 선보인 YLC-29는 중국판 베라 패시브 레이더다.

중국의 장거리 레이더 JY-26. [사진 China Arms]

러시아는 자국의 지대공 미사일인 S-400 앞에선 미국의 스텔스기가 쩔쩔맨다고 강조한다. 이 미사일은 중국과 인도가 수입했고 터키도 수입하려고 한다. 러시아에 따르면 S-400의 92N6E 레이더는 150㎞ 거리의 스텔스기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탐지뿐만 아니라 격추도 가능하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또 탄도미사일 요격 기능이 있다고 한다.


아직까진 미국의 방패가 앞서

”몇 년 전 일이다. 중국이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이 갑자기 서해상에 나타났다. 연합훈련을 벌인 것인가’라고 한국에 문의했다. 난리가 났다. B-2의 일정이 우리에게 통보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B-2의 비행을 알게 된 것도 레이더가 탐지한 게 아니라 B-2가 트랜스폰더(식별장치)의 전원을 넣었기 때문이란다. 한국은 B-2가 어떤 경로를 날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심했던 당시 북한에 경고하려고 북한 상공 깊숙이 들어갔다고 추정했다. B-2가 다녀간 사실을 아무도 모를 수 있을까 봐 마지막에 일부러 트랜스폰더를 켠 것으로 보였다.”
전직 당국자의 말이다. 이처럼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것은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가 스텔스 탐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스텔스 탐지 기술에 맞서기 위해 연구 중인 무인 스텔스 전투기. 유인 전투기와 공동작전을 펼 수 있다.
[사진 AFRL]

김형철 전 차장의 평가다.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스텔스 기술이 스텔스 탐지 기술보다 우위에 있다. 적이 가까운 거리에서 아군 스텔스기를 탐지했다 하더라도 아군 스텔스기는 이미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이다. 한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공군은 미 공군(F-35B를 보유하고 있는 해병대와 F-35C를 운용할 해군도 포함)에 뒤처질 것이다.“
미국이 B-2 스피릿을 대체하려고 개발하고 있는 스텔스 폭격기 B-21. B-2보다 스텔스 성능이 더 뛰어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사진 노스럽그러먼]

미국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전략정찰기 SR-72. '속도가 스텔스'라는 구호 아래 최대 속도는 SR-71의 두 배인 마하 6이 목표다. [사진 록히드마틴]

익명의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미국은 스텔스 기술이 앞서지만, 스텔스 탐지 기술도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미군은 스텔스기를 오래전부터 보유했고, 현재 스텔스기가 가장 많다. 미군은 자신들의 스텔스기를 상대로 각종 탐지 테스트를 하면서 상당한 스텔스 탐지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았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따라가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스텔스 기술과 스텔스 탐지 기술의 ‘장군 멍군’ 싸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는 2016년 전파가 아닌 양자를 쏴 100㎞ 떨어진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양자 레이더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러시아는 항공기 주변에 플라스마 층을 만들어 전파와 전자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