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9.02.13. 15:31
2017년 문을 연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신사옥. 우주선 모양의 혁신적인 건축물 내부엔 9300㎡ 크기의 헬스장과 4층짜리 카페 등이 자리잡았지만 이곳에서 애플 비정규직이 설 자리는 없다. 이들은 약 6마일(약 9.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단촐한 빌딩으로 출근한다. 로비엔 안내데스크는 있지만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다. 관리자가 "뒷문으로 다녀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애플 맵스(Maps)에서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이곳은 '블랙 사이트(black site)'라고 불린다. 비공개작전과 비슷하다는 데서 따온 군사용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비정규직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보도했다. 명찰부터 다르다. 정직원은 화려한 색의 애플 로고를 단 명찰을 달지만 비정규직은 회색 뱃지를 달아야 한다.
건물 내부에 자판기는 늘 비어있고, 화장실도 적어 긴 줄을 감수해야 한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일하는 건물 화장실조차 이용해선 안된다.
애플은 이러한 비정규직 인원들을 에이팩스 시스템스라는 하청업체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직원들은 "언제든지 해고하면 떠나야하는게 일상"이라고 말한다.
애플 맵에서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이들은 이곳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곳곳에 퍼져 있다. 이밖에 영국 런던, 테코까지 전세계에 수천명이 근무하고 있다.
게다가 하청업체들은 열심히 일하면 애플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직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일부 직원들은 이력서에 '애플'이라는 단어 하나를 적기 위해 열악한 처우도 참고 근무했지만, 에이펙스는 최근 이력서에서 '애플' 대신 '에이팩스를 통해 주요 IT회사에서 근무했다'고 명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애플은 하청업체의 직원 관리 문제에 대해 질의한 블룸버그통신에게 "다른 하청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에이펙스의 직원 채용부터 계약종료 시점까지 투명한 고용 조건 속에 직원들과 소통하며 관리를 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애플 뿐만 아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을 가슴에 달린 명찰색으로 구분한다. 정규직은 하얀색, 비정규직은 빨간색이다. 구글 직원들은 하얀색은 1등급, 빨간색은 2등급 직원이라 부른다.
게다가 이들은 알파벳의 하청업체 소속이라며 이력서에 직장을 '구글'로 표시할 수 없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포상 티셔츠 한장도 받지 못한다.
구글의 비정규직 차별은 지난해 4월 유튜브 본사에서 벌어진 총격사건때 절정에 달했다. 당시 회사는 정직원들에게만 실시간으로 상황을 업데이트해 준 반면 비정규직들에겐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은 이튿날 열린 대책회의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열악한 근무 환경이 실리콘밸리가 뛰어난 능력의 고연봉자들이 모이는 산업계의 유토피아 같은 신화를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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