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26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알베르 카뮈, "시시포스의 신화"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희랍신화 속의 시시포스는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그를 쇠사슬에 결박하려는 죽음의 신에게
속임수를 써서 오히려 그를 쇠사슬에 묶어 놓고 놀러 다니다가 신들에게 붙잡혀서 죽게 된다.
하지만 또다시 명부(冥府)의 신(또는 여신)을 속여서 인간세계로 돌아와 머물며 지하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어기자 제우스 신이 엄중한 벌을 내린다. 거대한 바위를 산정(山頂) 위에 올려놓는 벌인데
바위는 산정에 닿는 순간 굴러떨어져서 시시포스는 영원히 반복해서 그 바위를 져 올려야 한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그의 장편 에세이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시시포스처럼 힘겹게 져 올린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실존적 허무와 무의미성에 직면하면
자연히 자살을 생각하게 되지만 자살을 해서는 안 되고 항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4대 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의 다섯 보(洑) 중에서 3개를 허물고 2개는 상시 방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허물겠다는 보 3개를 짓는 데 예산 2000억~3000억원이 들었는데 허무는 데는 800억원인지 13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보들은 건설된 후 국민의 식수원, 농민들의 농업용수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따라서 이들을 철거하면 당장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이 타 죽게 되고 장마철에 홍수를 막을 수가 없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농민들이 결사반대를 하는데도
정부는 철거를 강행하겠다고 하니 이는 다수의 국민에게 긴요한 국가적 자산을 임의로 파괴하는 행위가 아닌가?
이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상조차 못해본 나라이다.
죽을힘을 다해 져 올린 바위가 굴러떨어진 시시포스의 허무함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이제껏 이 정부의 주요 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정부와 국민이 함께 이룩한 번영의 토대를 잠식하고 파괴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원자력 강국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기도가 투입되었는가.
그런데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그 공든 탑을 폭파하고 있다.
청년들과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이들을 실업의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다음 세대의 관심을 학업보다는 잡념으로 유도하는 '평등' 교육은 나라의 생존력을 저하시켜서 4차 산업혁명의 파도에
모두가 침몰해 버릴 것 같다. 그것이 이 정부의 의도일까?
시시포스 신화 : 부조리에 관한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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