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3.19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을 가공할 힘을 가진 우주의 지배자로 만든 것이 법, 돈, 신,
국가 같은 '상상의 질서'를 생성할 수 있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생각하면 인간이 화폐를 발명하지 못했더라면 인류의 문명은 지금 몇 세기쯤에 멈춰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화폐의 발명은 인간이 고안한 것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 신뢰
시스템이라는 하라리의 생각에 수긍이 간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15일 시내 복지기관 운영자 대상 강연에서 "밤마다 돈을 찍어내는 서울시립조폐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의 형법 207조에 종신형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범행을 구상하고 있다는 선언은 아니고 자기가 그만큼 간절하게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감성팔이 발언이겠다.
이런 국기문란범죄를 들먹이며 표심을 자극하다니 정말 소름이 끼친다. 박 시장은 도시 농업, 마을 사업, 협동조합 등
거대 도시에는 전혀 부적합한 사업을 예산을 무진장 들여서 시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시청을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고도 한다.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서 납부한 세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은 화폐 위조만큼 부도덕한 행위다.
세계 평화의 기본인 화폐 질서의 교란은 북한 같은 악당 국가엔 전공일 수밖에 없고, 국가 경제가 무너져도 긴축, 건전
재정정책을 쓰기 싫은 남미 제국 등에는 악마의 유혹이다. 조선 말기에 고종은 당오전, 백동화 등 함량 미달 화폐를
남발해서 왕실의 사치와 왕실의 안녕을 비는 굿거리, 제사 비용으로 마구 썼다. 그 결과 물가가 8배로 뛰고 국민 생활은
말할 수 없이 피폐했다. 영국의 헨리 8세도 자신의 사치와 이웃 나라들과의 전쟁 자금을 위해 불량 주화를 발행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을 탄생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책, 복지 정책, 대북협력사업 등등으로 국고를 마치 위조지폐 뿌려대듯 흩뿌렸다.
돈을 마구 풀어도 '소주성' 따위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경기가 피폐했는데 공시지가를 급격히 인상한 것은 국민에게서
부동산세 짜내서 김정은 정권 떠받쳐주려는 속셈 아닌가? 이건 내 가족 죽이려는 살인강도에게 좋은 총 사주는 행위다.
TV에서 화폐로 종이접기를 해서 핸드백을 만들어 파는 베네수엘라 소년을 보니 몇 년 후의 우리 모습일까 하는 분노,
슬픔, 위기감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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