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3.26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복거일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 현대사의 '친일'문제에 대해 깊이 천착한 작가 복거일은 일본에 의해 추진된 1894년의
갑오경장(甲午更張) 으로 '해방된 노비들, 사회적 천대와 경제적 차별을 받았던 천민들,
재혼을 할 수 있게 된 여인들, 문반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았던 무반들,
이전엔 도성에 드나들기도 어려웠던 불교 승려들'은 한·일 합방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본에 호의적이었을 것이라 말한다.
또한 청나라의 횡포를 증오하고 허약한 고종과 그의 부패한 조정에 절망한 지식인들도 개화를 위해 일본의 힘을
이용하려 했을 것으로 보았다.
복거일씨는 이어 세계 어디서든 식민지에서 피정복민들의 식민 통치 참여는 피지배자의 삶을 덜 어렵게 만들며
또한 어떤 개인의 '협력자' 여부 판정에는 그가 지배자의 협력 요구를 거절하고도 무사할 수 있었을까를
참작해야 함을 지적한다.
오늘날도 UN 제재만 아니었으면 이 정부가 우리 기업인들에게 북한에 투자를 요구했을 것이고,
기업인들은 통째로 먹히는 투자인 줄 알아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 아닌가.
일제 35년간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도 분명 있었지만, 독선적인 친일 사전 편찬자에 의해 부당하게 친일파로 낙인찍힌 인사가
더 많지 않을까? 일제하 35년간 한국인이 모두 일제를 피해 숨어 살아서 이 땅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교육기관, 언론기관,
기업이 전무했다면 열강이 우리를 독립시키면 나라를 유지할 수 있을 민족이라고 생각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라는 말을 국어에서 뿌리 뽑자면서 친일파는 철저히 가려내어 단죄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 하지만 과거사를 후벼 파서 자학과 상호 파괴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친일파는
지나간 역사다. 그런데 공산당의 피해도 6·25에 입은 근 1000만의 사상자, 실향민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크나큰 착각이었다.
북한의 도발로 서해에서 희생된 장병 추모 행사를 회피하는 문재인 정부, 우리 민족을 사경(死境)에서 구한 인천 상륙작전을
적의 점령 작전인 양 피해 보상을 결정한 인천시의회, 제주·대구·여순 등 좌익 폭동을 민중 봉기로 포장하려는 움직임,
학교 비품에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이라는 딱지 붙이고 한 사립대학의 사유재산인 건국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라는 시의회,
수십 년 애창되던 교가를 친일파 작곡이라고 폐기 처분하자는 운동, 이 모두가 '인민위원회'의 부활이 아닌가.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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