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美國消息

트럼프, '북한 비핵화 꿈' 물거품되나 [특파원+]

바람아님 2019. 4. 29. 09:11
세계일보 2019.04.28. 15: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톱 다운’ 담판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양측 간 입장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패론을 줄곧 제기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만 빼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미국 정부 고위 책임자들도 대북 협상에 대한 좌절감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에서 풀려날 때 병원비로 200만 달러(약 23억 2200만원)를 청구한 서류에 서명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이 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북·미 간 금전 거래 사실이 드러나면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서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거세지는 북핵 비관론
 
뉴욕 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26일(현지시간) 이 신문에 개재한 ‘트럼프의 북한 대실패’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부도난 대북 정책을 누가 어느 정도의 대가를 치르고 구제할 수 있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88년 뉴욕의 플라자 호텔을 매입했다가 부도를 냈듯이 대북 정책도 부도냈다고 스티븐스가 주장했다. 스티븐스는 “트럼프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현명하지 못하게 열망했던 딜에 실패했고, 이것은 북한 정권의 야심과 역사로 볼 때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그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응석을 받아주고, 아부를 계속했다”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대북 추가 제재 철회 지시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감사 표시를 했다.
성조기를 안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스티븐스는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은 눈에 띄는 괴리 현상”이라며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 간 괴리, 한·미 간 괴리, 대북 제재 체제와 이행 의지 간 괴리가 있고, 이 모든 것을 미국의 적국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또한 트럼프의 환상과 사실 간 괴리”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다른 구혼자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훌륭한 관계가 궁극적으로 핵 합의로 귀결될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북한의 지도자는 다른 '구혼자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는 제재 완화를 위한 대미 압박 시도일 것”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가도에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은 북·미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만 자신감을 보인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미 CNN방송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양측 간 접촉이 거의 없었고, 비건 특별대표 등 미국 협상팀이 북한과의 소통 부족 속에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사석에서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 석좌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 등 최고위 인사들의 미사여구 밑에 가려져 있었을 뿐 균열은 항상 거기에 있었고, 실체를 덮고 있는 깃털을 걷어내면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웜비어 ‘몸값’ 논란
 
북한을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북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돼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와 사망한 오토 웜비어 석방 당시에 미국이 ‘몸값’을 북한에 제공했을 가능성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북한이 병원비 명목으로 요구한 200만 달러 청구서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어떠한 돈도 오토 웜비어를 위해 북한에 지급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더 위크’는 27일 ‘트럼프를 침몰시킬 수 있는 거짓말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매튜 왈더 칼럼을 통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트럼프의 거짓말이 직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이 법칙에 예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며 그 대표적인 예로 웜비어 ‘몸값’ 제공 의혹을 들었다. 왈더는 “워싱턴 포스트가 완전히 오보했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만약 거짓말을 했다면 그가 소속한 정당과 그 자신이 선거전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