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가짜 플라스틱 흙 속의/가짜 중국산 고무나무를 위한/초록색 플라스틱 물뿌리개.’ 모든 게 가짜다. 흙도, 나무도, 물뿌리개도 가짜다. 가짜 흙에 가짜 나무니 물이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물뿌리개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 물뿌리개를 샀던 여자는 가짜에 지쳐간다. 지친 건 그녀만이 아니다. 같이 사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예전에는 ‘여자들을 위해/수술을 하곤 했다’. 성형외과 의사였다는 말이다. 아무리 성형으로 바꿔 놓아도 누가 주름과 세월을 이기랴. 결국에는 ‘중력이 늘 이긴다’.
그래서 남자도 지친다. 이쯤 되면 가짜 세상이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시뮐라시옹이라고 명명한 가짜 세상, 가짜의 범람.
라디오헤드의 노래는 결국엔 우리마저도 스토리 속으로 끌어들인다. 노래가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바뀔 때 우리는 스토리 속의 ‘나’가 된다. 감정이입의 힘이다. ‘그녀는 진짜처럼 보여요/진짜처럼 느껴져요/나의 플라스틱 사랑/나는 천장을 뚫고 폭발할 것만 같아요.’ 결국 나도, 우리도 가짜에 지친다. 가짜 흙에 가짜 나무, 거기에 가짜 아름다움에 가짜 사랑까지. 온전한 게 정말이지 하나도 없다. 노래를 문명비판으로 들을 수 있는 이유다.
이 노래는 환경운동에 열성인 라디오헤드, 특히 톰 요크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치유책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가짜가 지배하는 실존적 상황을 노래로나마 전하는 것이 그에게는 윤리적 책무였다. 톰 요크가 이 쓸쓸한 노래를 만들고 나서 울었던 것은 절망적 현실에 압도당해서였는지 모른다. 그가 다음 달 그 쓸쓸함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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