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8.09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중국에는 나라를 상징하는 꽃, 국화(國花)가 아직 없다.
이제야 나라꽃을 선정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초 중국 화훼협회가 앞장섰다.
일반인 33만2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우선은 모란꽃이 가장 유력하다.
한자로는 목단(牧丹)이다.
부귀(富貴)의 상징이어서 현세적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인 기호에 딱 맞는다.
크고 듬직하며 색깔도 화려해 '꽃의 왕[花中王]'이라고도 부른다.
화훼협회 여론조사에서 거의 80%에 이르는 지지율을 보였다.
그다음으로 꼽힌 꽃은 매화(梅花)다. 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겨낸 뒤 먼저 망울을 터뜨리는 꽃이다.
삶의 고달픔을 이겨내는 의지의 상징이다. 모란 못지않게 중국인 심성에 어울리지만 매화는 이미 대만 국화라서
12%를 조금 웃도는 지지에 그쳤다. 난초꽃은 3위에 꼽혔다. 부드럽고 우아한 자태를 지녔다.
그다음은 연꽃이다. 중국인은 보통 이 꽃을 하화(荷花)로 적는다.
가을에 소담하게 꽃을 피우는 국화(菊花)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은 곧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全人大)에 상정해 나라꽃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불청객' 하나가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부추꽃, 즉 구채화(韭菜花)다.
모란이나 매화, 국화 등과 견주면 영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이 부추를 꼽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이 '부추'는 곡절이 남다르다.
사람들은 위에 자라난 부분을 베어 먹지만 부추는 금세 또 자란다.
그런 속성 때문에 중국 증시에서는 부추를 '개미 투자자'에 비유한다.
당하고 털리면서도 계속 증시에 뛰어드는 소액의 개인 투자자다.
'부추를 베다[割韭菜]'라는 말도 자리를 잡았다.
유력한 계층이 힘없는 사람의 재산 등을 부추 베어 먹듯 가로챈다는 뜻이다.
나라꽃 선정에서 이 부추가 줄곧 주목받았다니 개혁·개방 41년의 현대 중국 민생(民生)도 아주 고달픈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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