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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9] 중국인, 華人 그리고 唐人

바람아님 2019. 8. 2. 10:21

(조선일보 2019.08.02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칼럼 관련 일러스트중국인을 지칭하는 말은 여럿이다. 우선은 한인(漢人)이다.


초기에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한(漢) 왕조의 신하와 백성을 가리켰다.

현대 중국의 주류를 이룬 '한족(漢族)'이라는 호칭의 토대다.

화인(華人)이라는 이름도 있다.

주변의 여러 민족과 견줘 스스로를 더 우아하게 부르는 말이다.

자신을 세계의 중심, 주위 사람을 오랑캐로 치부하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설정이다.


더 고풍스러운 표현은 '화하(華夏)민족'이다.

옛 중국 정통성의 한 갈래인 하(夏)를 덧붙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통칭은 화교(華僑)다. 화민(華民)으로도 적는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는 화상(華商)이다.

출신 지역에 따르는 경우도 있다. 광둥(廣東) 출신은 월인(粤人), 푸젠(福建) 출신 일부는 민인(閩人)이다.


요즘은 쓰임새가 적지만 외국에 잘 알려진 중국인 호칭은 사실 당인(唐人)이다. 우리식으로 풀면 '당나라 사람'이다.

해외에 오래 거주해 고향을 찾을 기회가 적었던 중국인들의 정체성은 실제 이 '당나라'가 우선이다.


해외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인 차이나타운을 보통은 당인가(唐人街)라고 적었다.

이 화교들이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을 부르던 이름은 당산(唐山)이다.

중국 전통 복장은 당장(唐裝)으로 적기도 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중국인들은 개방성의 한 표상이다.

땅에 얽매이지 않고 바다로 나가 일찌감치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역대 왕조 중에서 가장 개방적이었던 당나라 국호를 제 정체성의 상징으로 간직하고 있다.


중국이 떠오르면서 지구촌 여러 국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중화'라는 명칭에 갇혀 자부심만을 내세울 때 나오는 현상이라고 봐야 좋을 듯하다.

그에 비해 '당인'은 어감이 낫다. 호칭에 담긴 개방성과 포용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