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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8] 중국의 黑社會

바람아님 2019. 7. 26. 16:48

(조선일보 2019.07.26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건달이나 깡패 등을 일컫는 중국 단어는 유맹(流氓)이다.

본래는 전란이나 재난 등에 쫓겨 정처 없이 떠도는[流] 백성[氓]을 가리켰다.

따라서 유민(流民)이라 적어도 무방하다.

조직을 갖춘 폭력배는 흑사회(黑社會)로 적는다. 현대에 들어와 생긴 조어(造語)다. 전통적 개념은 방회(幫會)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스스로 무장해 각종 위험에 대응해야 했던 상인 그룹, 즉 상방(商幫)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청(淸)대에 대운하에서 조운(漕運)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조직했던 청방(靑幫)이라는 집단이 아주 유명하다.

지금도 대만에서 명맥을 유지한다. 한때 중국을 다스렸던 장제스(蔣介石)도 이들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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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방(紅幫)이라고도 적는 홍문(洪門)도 그렇다. 백련교(白蓮敎), 대도회(大刀會), 가로회(哥老會) 등으로 확산하면서

중국 민간 사회를 주름잡았다. 화교들이 세웠던 치공당(致公黨)은 이들의 한 세력이 정치화한 결과다.

신해혁명(辛亥革命)의 주역인 쑨원(孫文)도 홍문의 일원이었다.


흑사회의 조직은 간단치 않다. 범죄를 저지르고, 행패를 부리는 면모는 극히 일부다.

유명한 정치인과 기업인 등 명망가들이 깊숙이 몸담았던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이라는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두 요소를 다 지녀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

흑(黑)과 백(白)을 동가(同價) 개념으로 병렬하는 중국식 흑백양도(黑白兩道) 사고의 한 단면이다.


홍콩은 홍문의 한 갈래인 삼합회(三合會)로 유명하다. 폭력을 주조(主調)로 하는 홍콩 누아르 영화의 큰 토대다.

반중(反中) 시위에 나선 홍콩인들을 그곳 폭력 조직이 무차별 구타해 또 화제다.


마침 중국에서는 조직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캠페인이 한창이다.

위기감을 느낀 홍콩 폭력 조직들이 중국 당국에 충성을 다짐하려 그랬던 것일까.

어쨌거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라 홍콩 사태는 더 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