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8.16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서방 언론들이 '디지털 레닌주의'로 표현한 중국의 사회 공공 신용 체계(社會公共信用體系)가 신속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면밀한 감시망을 구성해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했다. 주요 도시별로 현지 상징물을 앞세운 새 '도덕 지표'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쑤저우(蘇州)는 '계수나무 꽃 점수(桂花分)', 항저우(杭州)는 '첸장 점수(錢江分)', 푸저우(福州)는 '백로 점수(白鷺分)'
등이다. 개인의 준법성을 점수로 따지는 시스템이다.
교통과 쓰레기 분리 배출 등의 준법 여부, 개인의 채무 불이행, 정부 방침에 저항하는 행위 등을 점검한다.
당국이 권장하는 항목을 실천에 옮기면 좋은 점수를 얻어 혜택을 누린다.
최근 통계로는 중국인 9억9000만명, 기업 2591만곳이 모두 감시 범위에 들었다.
지난해에는 이로 인해 550만명이 기차표를 끊지 못하는 '벌'을 받았고, 각종 세금을 포탈한 128명은 아예 중국에서 쫓겨났다.
이 시스템은 첨단 디지털 기술로 사회의 신용 체계를 강화하는 점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정치적 통제가 앞설 경우 정부의 모든 정책에 순응만 하는 백성, 즉 순민(順民)을 양산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권장하는 헌혈(獻血) 등을 통해 높은 도덕 점수를 얻으려는 '구매 심리'가 끼어들어 진정한 도덕성을
키울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목숨 걸고 진실과 믿음을 지키고자 했던 '성신(誠信)'의 전통적 도덕률과도 상관이 없다는
지적이다.
마침 지난 6월 미국 유명 잡지 '사이언스(Science)'가 은행, 극장 등에 연락처가 적혀 있는 돈지갑을 떨어뜨려 두고
벌인 정직성 실험에서 중국은 조사 대상 40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현대 중국이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른 나라와는 여러 가지로 차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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