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06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집에 돼지를 키운다? '집'의 한자 가(家)의 풀이다.
주거용으로 지은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꼴이다.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중국인들의 돼지 사랑은 아주 유명하다.
4대 기서(奇書)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하나는 저팔계(豬八戒)다.
돼지 형상으로 맹활약을 하는 캐릭터다. 아울러 한자 가(家)의 예에서 보듯이
돼지를 일찌감치 재산으로 다룬 흔적이 있다.
중국에서 돼지는 또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한다.
오랜 농경(農耕)의 습속 때문에 돼지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던 요인이 한몫했다. 따라서 돼지는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육류다. 풍성한 중국 음식 중에서도 돼지고기는 특별하다. 북송(北宋)의 유명 문인이자 정치가 소동파(蘇東坡)는
지방에서 벼슬할 때 자신이 특별히 제조한 돼지고기 요리를 선보였다. 이른바 '동파육(東坡肉)'이다.
큼직하게 덩어리로 자른 돼지고기를 비계와 살 그대로 넣고 간장 등으로 조린 음식이다. 중국 최고 요리의 하나로 꼽힌다.
그 밖에도 각 지역 대표 음식 중에서도 돼지고기 요리는 사람들의 눈길을 먼저 끈다.
그런 전통과 취향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소비하는 곳이 중국이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중국 인구가 소비하는 돼지고기 양은 지구촌 소비량의 절반이다. 2015년 기준 5489만t이다.
올해는 기해(己亥)년으로 마침 돼지의 해다. 돼지를 가장 좋아하는 중국의 돼지해에 돼지 파동이 심상찮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수많은 돼지가 죽어 넘어지고, 미·중 무역 갈등과 경기 하강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민심마저 불안하다. 게다가 홍콩 사태까지 겹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중국의 가을도 퍽 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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