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이 1992년 1월 남순강화 때 선전 특구를 시찰하던 중 동남쪽에 있는 홍콩 땅을 바라보며 인용한 당나라 시인 잠삼(岑參)의 시구다. 그의 예언대로 선전과 주하이, 산터우, 샤먼 등 4대 경제특구는 아시아 금융 허브이자 물류 중심지인 홍콩을 활용해 단기에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며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주도했다. 홍콩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축복의 땅이었다. 약 30년이 흐른 지금 홍콩은 중국공산당을 위협하는 비수가 되고 말았다.
홍콩에서 반중 민주화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데도 중국은 속수무책이다.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은 그제 시위의 도화선이었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했다. 송환법을 지지해 온 중국공산당은 무결점·무오류 권위에 상처가 난 셈이다. 그래도 시위 열기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력 탓에 무력 진압을 결행하기도 힘든 처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공할 완력으로 중국의 굴기(우뚝 섬)를 기어이 꺾을 기세다. 트럼프는 툭하면 관세 인상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중국경제에 흠집을 낸다. 대만에 첨단무기를 팔며 양안관계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당의 금과옥조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하나의 중국’이 흔들리는 판이다.
중국공산당에는 위기 징후가 감지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달 초 중앙당교 연설에서 “홍콩과 대만, 마카오가 중국공산당의 최대 위협”이라고 했다. 그제는 당 중앙위원회가 당원의 실책에 대해 엄격한 문책을 가하는 새 조례를 만들며 기강 잡기에 나섰다. 손상된 시 주석과 당의 지도력 및 권위를 지켜려 애쓰는 빛이 역력하다. 고도성장기가 지나면 민주화 요구가 분출해 온 게 역사의 경험이자 교훈이다. 머잖은 시기에 홍콩의 민주화 열기는 중국 대륙으로 퍼져 나갈 공산이 크다. 중국공산당은 1949년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투철한 이념과 놀라운 결속력으로 대륙을 지배해왔다. 철옹성 같은 중국공산당 일당체제의 앞날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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