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10.01 00:42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북한은 제재를 일부 완화해주면 핵 개발을 계속할 뿐 아니라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이날 워싱턴에서 주최한 ‘중앙일보-CSIS 포럼 2019’ 기조연설에서 ”김정은은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바 없고 절대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할 경우 새로운 AQ 칸이나 운반가능한 핵무기의 아마존, 월마트처럼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협화음 속에 사임한 뒤 이날 처음으로 공개 강연에 나섰다.
중앙일보·CSIS 포럼 기조연설
홍석현 회장 포럼 개회사
“어떤 경우도 북·미 대화가
한·미 동맹 약화시켜선 안 돼”
볼턴 전 보좌관은 우선 대북 제재 일부 완화에 대해선 “절대로 수용 불가”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적이 없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핵 능력을 유지,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일부 한다면 제재의 부분적인 완화도 가능하다는 주장은 북한의 생존 전략일 뿐 아니라 핵 확산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간은 북한의 편"이라며 "북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미국이 '서두를 게 없다'고 하면 북한에겐 핵 확산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를 게 없다"는 발언을 비판한 셈이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결정적 요소는 한·미 동맹”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북·미대화가 한·미 동맹을 약화하거나 남북관계를 희생시키며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미 간 방위비 분담과 전시작전권 전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도 긴밀히 논의하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관점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또 “동북아 평화 번영의 가장 중요한 축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라며 “미국이 한ㆍ미ㆍ일 삼자 협력의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공정하고 적절한 역할을 거듭 요청한다”라고도 했다.
이날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리비아 모델부터 꺼냈다.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며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 포기 결정을 했던 이유는 당시 사담 후세인을 축출했고, 강력한 제재를 위한 법적 조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재는 부분 완화가 아닌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다”며 “(부분 완화를 할 바엔) 제재가 아닌 외교 옵션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7개월 자제했던 정권교체론과 군사옵션도 다시 거론했다. 그는 “북한에서 제한적인 체제변화를 꾀하고, 중국과 대화를 통해 자유롭게 선출된 통일 한국을 수립하고, 북핵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관점에서 대북 군사옵션도 시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다.
그는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할 경우 새로운 AQ 칸(※1990년 후반 북핵 개발을 도운 파키스탄 핵물리학자)이나 운반가능한 핵무기의 아마존, 월마트가 될 수 있다"며 핵확산도 경고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 한국처럼 아시아에 더 많은 핵보유국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놓고 “(북한에) 굴복(succumb)”“속아 넘어간다(fall sucker)”라는 표현까지 쓰며 비판했다. 그는 “제재 부분 완화를 통해 경제 발전과 핵ㆍ미사일 개발까지 손에 넣겠다는 북한의 논리에 속아넘어가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특히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최근 북한의 KN-23, KN-25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면서도 북한이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하니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런 논리에 굴복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볼턴은 한ㆍ미 연합훈련의 재개도 촉구했다. 그는 “혹자가 ‘전쟁게임(war game)’이라고 부르는 한ㆍ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것은 당장은 아니어도 군사적 대비 태세 약화와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영국은) 상황이 관리 가능할 때는 (적국인 독일을) 무시했고, 이제 상황이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악화해서 약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지금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미군의 슬로건 중 하나인 '오늘밤에라도 당장 싸울 준비가 돼 있다(Ready to fight tonight)'는 공허한 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말미에 한ㆍ일 갈등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워싱턴이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관심을 두지 않고 수동적이었던 건 큰 실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지역 거점(hub and spoke system)을 강화하는 때 한·일 만 거꾸로 가고 동맹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한 것은 미국에 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한 것은 동맹과 협력하는 미국의 능력에 직접 영향을 줬기 때문에 긴급한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 동의한 유일한 부분은 방위비 분담금이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부담을 너무 많이 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조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지정학적 변화 읽기: 한국과 미국’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미국 측에선 존 루드 국방부 국방정책 차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대사,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대사, 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 고문, 마이클 그린 부소장, 빅터 차 한국 석좌,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 등이, 한국 측에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김병연ㆍ박철희ㆍ이근관 서울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정책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정효식ㆍ박현영 특파원, 전수진 기자 jjpol@joongang.co.kr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결정적 요소는 한·미 동맹”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북·미대화가 한·미 동맹을 약화하거나 남북관계를 희생시키며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미 간 방위비 분담과 전시작전권 전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도 긴밀히 논의하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관점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또 “동북아 평화 번영의 가장 중요한 축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라며 “미국이 한ㆍ미ㆍ일 삼자 협력의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공정하고 적절한 역할을 거듭 요청한다”라고도 했다.
이날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리비아 모델부터 꺼냈다.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며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 포기 결정을 했던 이유는 당시 사담 후세인을 축출했고, 강력한 제재를 위한 법적 조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재는 부분 완화가 아닌 강력한 집행이 필요하다”며 “(부분 완화를 할 바엔) 제재가 아닌 외교 옵션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7개월 자제했던 정권교체론과 군사옵션도 다시 거론했다. 그는 “북한에서 제한적인 체제변화를 꾀하고, 중국과 대화를 통해 자유롭게 선출된 통일 한국을 수립하고, 북핵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관점에서 대북 군사옵션도 시행할 수 있다”고 하면서다.
그는 "북한이 핵을 계속 보유할 경우 새로운 AQ 칸(※1990년 후반 북핵 개발을 도운 파키스탄 핵물리학자)이나 운반가능한 핵무기의 아마존, 월마트가 될 수 있다"며 핵확산도 경고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 한국처럼 아시아에 더 많은 핵보유국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놓고 “(북한에) 굴복(succumb)”“속아 넘어간다(fall sucker)”라는 표현까지 쓰며 비판했다. 그는 “제재 부분 완화를 통해 경제 발전과 핵ㆍ미사일 개발까지 손에 넣겠다는 북한의 논리에 속아넘어가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특히 한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최근 북한의 KN-23, KN-25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면서도 북한이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하니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런 논리에 굴복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볼턴은 한ㆍ미 연합훈련의 재개도 촉구했다. 그는 “혹자가 ‘전쟁게임(war game)’이라고 부르는 한ㆍ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것은 당장은 아니어도 군사적 대비 태세 약화와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영국은) 상황이 관리 가능할 때는 (적국인 독일을) 무시했고, 이제 상황이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악화해서 약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지금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미군의 슬로건 중 하나인 '오늘밤에라도 당장 싸울 준비가 돼 있다(Ready to fight tonight)'는 공허한 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말미에 한ㆍ일 갈등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워싱턴이 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관심을 두지 않고 수동적이었던 건 큰 실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지역 거점(hub and spoke system)을 강화하는 때 한·일 만 거꾸로 가고 동맹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한 것은 미국에 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한 것은 동맹과 협력하는 미국의 능력에 직접 영향을 줬기 때문에 긴급한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 동의한 유일한 부분은 방위비 분담금이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부담을 너무 많이 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조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지정학적 변화 읽기: 한국과 미국’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미국 측에선 존 루드 국방부 국방정책 차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대사,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대사, CSIS 보니 글레이저 선임 고문, 마이클 그린 부소장, 빅터 차 한국 석좌,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 등이, 한국 측에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김병연ㆍ박철희ㆍ이근관 서울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정책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정효식ㆍ박현영 특파원, 전수진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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