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0.05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늘 무겁다. 도시의 얼굴인 천안문(天安門) 광장이 특히 그렇다.
옛 황궁(皇宮)인 자금성(紫禁城)의 붉은 담이 우선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광장 복판으로는
과거 최고 권력자만이 거닐던 황도(皇道)의 축선이 지난다.
현대 중국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의 최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을 비롯해 건국 영웅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와 그 시신이 놓인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불만을 지닌 사람이 시위를 할라치면 편복(便服) 경찰이
순식간에 나타나 즉각 제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산당 최고 권력의 선율(旋律), 옛 황제 권력의 기운이 그대로 살아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베이징은 예부터 '천자의 발밑[天子脚下]'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백성은 권력에 짓눌려 말 잘 듣는 백성, 순민(順民)의 숙명을 피할 수 없었다.
베이징의 다른 이름은 많다.
춘추시대 연(燕)나라가 있었다고 해서 연경(燕京)으로 적었고, 북쪽의 깊고 어두운 이미지 때문에 유주(幽州)로도 불렀다.
수도가 들어서 있는 곳이라 경성(京城), 권력의 교체 등으로 수도 지위를 잃었을 때는 북평(北平),
행정구역 명칭을 따를 경우엔 탁군(涿郡), 몽골의 원(元)나라가 지배할 때는 대도(大都)였다.
그러나 베이징의 대표적 명칭 중 으뜸은 계(薊)다. 가시가 돋은 식물 엉겅퀴의 한자다.
이 식물이 베이징 일대에서 잘 자랐던 모양이다.
약 3000년 전 이곳을 지칭했던 이름으로 문헌에 일찍 등장한다.
서양에서 유래한 꽃말로 보면 엉겅퀴는 '엄격' '근엄'이다. 손을 찌르는 가시가 많아서 그렇다.
사람을 억누르는 베이징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
건국 70주년 대규모 열병식 이후로 집권 공산당은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할 분위기다.
개혁·개방으로 조금 풀리는가 싶었던 중국의 얼굴이 더 굳어지며 딱딱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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