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수한 사진이 지금도 우리 눈을 사로잡는 이유는 잔더가 꿈꾸었던 사회적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사진은 당대의 정치와
권력의 그림자를 벗어나면서 비로소 진정한 다큐멘터리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한 세기 전 평범한 제빵사 모습에서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떠나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하는 사람들이 곧 시대와 세계의 주인공이라는 철학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진적 시각에 내재한 인간관은 존중과 자긍의 미덕을 일깨워 준다. 나와 남을 존중하고 긍정하는 태도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신념을 실천하게 하는 힘을 만든다. 우리 모두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진정으로 믿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기본 소양이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인 것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잔더의
눈을 빌려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필요한 자리를 지키는 모든 이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August Sander - "우리 시대의 얼굴(Antlitz der Zeit)"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