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미상, 영국 빅토리아
-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 공을
- 촬영한 명함판 사진, 1859년경.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는 사진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낯선 기술이었던 사진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초상 사진 덕이었다. 자신이나 가족의 얼굴 사진을 소유하고자 한 열망이 사진을 매력적인 물건으로 인식하게 하였던 것이다. 특히 시민혁명 이후에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자리 잡은 시민들은 초상 사진을 통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상징하는 자아상을 만들곤 했다. 사진관에 찾아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일이 과거 초상화에 등장하는 귀족들처럼 당당하고 중요한 인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사진에 찍혀 본 경험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다른 사람의 사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때마침 등장한 '명함판 사진(carte de visite)'은 획기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사진을 간편한 수집품으로 만들었다. 1854년 처음으로 이 방법을 고안해낸 프랑스인 앙드레 디스데리는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내던 감광판을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 작은 명함판 사진을 제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초상 사진 수집 열풍을 일으켰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정성스럽게 꾸민 앨범에 가족과 친구는 물론이고 정치인과 귀족 등 유명인사들의 명함판 사진을 채워 넣는 취미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타인의 얼굴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의 실현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 유명인에게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삶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부군인 앨버트 공이 서거하였을 때 그의 얼굴이 담긴 각종 명함판 사진이 한 주 동안 7만 장이나 팔렸다는 기록은 놀랍기만 하다.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이름도 없이 대량 복제된 사진들이 대중적인 스타의 힘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전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