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11.21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 이폴리트 바야르, 익사자 같은 자화상, 1840.
사진 기술은 한 사람이 발명한 것이 아니다. 완벽한 그림에 대한 열망은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겠다는 순수 의지로 이어졌으며, 그 성과물인 사진이야말로 시각적 경험의 진실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라고 믿게 만들었다. 1839년 8월 19일 프랑스 정부가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라는 상업 화가에게서 사진 발명의 특허권을 사들인 사실을 공포하자 유사한 기술을 시험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기운이 빠져버렸을 것이다. 무엇을 추구했든 선두를 놓쳐버린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폴리트 바야르(Hippolyte Bayard·1801~1887)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프랑스의 재무부 서기였던 그는 자신이 발명한 기술의 완성도와 독창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파리에서 3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은 그의 기술이 다게르의 것과 유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게르의 이름을 딴 '다게레오타입'이 화려한 구경거리로 인기를 끄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자신의 비통한 마음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자신이 물에 뛰어들어 익사한 시신처럼 보이도록 꾸며서 좌절과 비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비록 1등 발명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진 못했지만, 바야르는 이 획기적인 자화상으로 역사에 남는 작가가 되었으며 인류 최초로 사진을 소통의 도구로 활용한 인물이 되었다.
오늘날 사진의 힘은 표현과 소통에서 나온다. 바야르의 선구성은 사진이 현실의 직접적인 거울이라고 믿었던 시대에 현실이 아닌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술을 활용한 점이다. 때론 비운이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큰이미지 -이폴리트 바야르, 익사자 같은 자화상,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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