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10.31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에티엔 카르자, 보들레르의 초상,
1863년경,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은 산업화와 기계문명을 상징하는 예술이다. 프랑스 정부가 사진을 하나의 기술적 발명품으로 인정한 1839년 이후 정확하게 20년 만에 샹젤리제 궁에서 열린 미술전에선 전통적인 회화와 나란히 사진협회가 주관하는 전시가 열리게 된다. 이로써 사진이 독립적인 예술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음에도 이를 예술의 위기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이 사진의 주인공 샤를 보들레르는 '현대의 대중과 사진'(1859)이라는 평론을 통해 사진이 예술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사진은 무능하고 게으른 화가들의 도피처일 뿐이라고 폄하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보들레르는 에티엔 카르자(Etienne Carjat·1828~1906)가 찍은 이 사진을 비롯해서 인상적인 초상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비평가로서의 날 선 공격과는 달리 당시 첨단 유행이라 부를 만했던 초상 사진에 그 역시도 열광하고 있었던 것이다. 망명지에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함께 '정확하면서도 흐릿한' 사진을 찍으러 가기를 고대한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사진은 어쩌면 그의 맘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빠진 머리카락과 깊게 파인 볼, 모든 결점과 주름이 다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 그가 좋아했던 어떤 낭만적인 흐릿함을 지닌 사진들보다도 그의 날카로운 천재성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남았다.
사실 보들레르의 비난은 사진에 대한 것이라기보단 산업화가 가져올 파행적 맹목성에 대한 경고였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더 이상 행복을 꿈꾸지 않는 '산업적 광기'에 대한 우려였던 것이다. 오늘날 그가 예고했던 '사진의 공습'은 성공적으로 실현되었다. 그것을 재앙으로 만들 것인지 행복으로 바꿀 것인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사진 속 보들레르가 지켜보고 있다.
*.각주-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
프랑스의 시인ㆍ미술평론가. 낭만파 최후의 시인이며, 악마파(惡魔派: Diabolism)ㆍ신비파(神秘派)의 선구자. 문관이며 화가인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839년 루이 루그랑교를 졸업한 뒤, 어머니와 의부의 만류를 무릅쓰면서, 문학을 지망했다.
1841년 부모의 뜻으로 인도에 가게 되었으나 도착하기 전 되돌아 왔다. 그러나 그 해양의 체험은 뒤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34년 7만 5천프랑의 유산을 상속받았으나 젊은 시인들과 교유하고, 흑인 혼혈 여성과 연애를 하는 등 방탕하게 지내 유산의
태반을 탕진했다.
1845년 살롱 비평으로서 문학 생활을 시작, 환상적인 산문과 시를 잡지에 투고하는 한편 미술 비평에도 손대어(1846) 근대 미술비평의 한 분야를 개척했다.
1848년의 혁명 중에는 동지들과 함께 《공익(公益) La Salut Public》을 발행하며 일시 혁명에 참여 하기도 했다. 만년에는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되고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 아편까지 복용하였다.
1857년 그의 최대의 걸작인 《악(惡)의 꽃 Les Fleurs du Mal》을 냈으나 오히려 미풍 양속을 문란케 한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1860년경부터는 병적인 발작과 채귀(債鬼)에 몰려서 창작력도 말라 들고 말았다.
악으로부터 미를 찾아낸다고 하는 이 시인의 태도는 당시로서는 이해되기 어려워 위고 같은 사람만이 "새로운 전율(戰慄)을 창조했다" 고 평했으나 그 뒤 그는 상징주의를 비롯한 현대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발레리는 《악의 꽃》이 없었던들 상징주의가 없었을 것이라고 찬탄 하였다. 베를렌ㆍ랭보ㆍ말라르메는 그의 계승자들이다.
작품
- 1857 악의 꽃(惡-, Les Fleurs du Mal)
- De Spleen de Paris
- Mon Coeur mis a nu
(인명사전, 2002.1.10, 민중서관)
'文學,藝術 > 사진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수진의 사진 읽기 [16] 좌절한 발명가의 초상 (0) | 2013.11.21 |
---|---|
신수진의 사진 읽기 [15] 연출된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대중 (0) | 2013.11.15 |
[신수진의 사진 읽기] [13] 이상적인 고결함인가, 유혹적인 분방함인가? (0) | 2013.10.22 |
[신수진의 사진 읽기] [12] 3代에 걸쳐 완성된 장인적 예술성 (0) | 2013.10.12 |
[신수진의 사진 읽기] [11] 시각적 혁명이 만들어낸 혁명적 시각 (0) | 2013.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