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1.03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1~3위 선수들은 차례대로 금, 은, 동으로
만든 메달을 받는다. 가장 높게 치는 황금(黃金), 그다음의 백은(白銀),
마지막의 청동(靑銅)이다.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기준이랄 수 있다.
중국인도 금과 은을 향한 집착이 아주 강하다.
"난세에는 황금을 사둔다(亂世買黃金)"는 말이 불문율처럼 지켜진다.
공부의 지향도 결국 잘사는 데 있다는 점을 "책에 황금의 집이 있다
(書中自有黃金屋)"는 권학문(勸學文)으로 내려 앉힌 전통도 있다.
이런 금과 은, 동을 활용해 만든 요즘 중국의 유행어가 있다. 금교(金橋), 은로(銀路), 동루(銅樓)다.
다리를 놓으면 금, 길을 내면 은, 집을 지으면 동이라는 뜻이다. 돈을 벌어들이는 가장 좋은 수단의 순서다.
아울러 건설업자와 지방 관료들이 다리를 놓으면서 얻는 정당치 못한 수입을 금, 길을 깔아 챙기는 소득을 은,
집을 마구 지어 분양해 얻는 이익을 동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압권은 다이아몬드다.
귀금속 중에서도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급의 수입은 어디서 나올까. 중국인들은 그를 댐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찬석패(鑽石壩)다. 앞의 찬석(鑽石)은 다이아몬드, 뒤의 패(壩)는 방죽이나 요즘의 댐을 일컫는 글자다.
그 때문일까. 현대 중국에는 다리가 많이 생겼고, 길도 퍽 많이 났다.
아파트는 지나치게 지어 타운 전체가 빈 아파트만 난립한 이른바 '유령 도시[鬼城]'도 적잖다.
돈이 가장 많이 생기는 댐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건설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지어졌다.
'황금의 꿈'을 향한 중국인의 짙은 욕망이 부정(不正)한 수입을 노리고 번져 현대의 난개발로 이어진 현상이다.
최근 하강하는 추세를 멈추지 못하는 중국 경제 부진의 토대일지 모른다.
아울러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취임 이래 8년에 이르건만 아직 반(反)부패의 사정 칼날을 거두지 못하는
진짜 이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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