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2.27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화양(華陽)이라는 지명은 한국에도 흔하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여러 곳에 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얻고자 하는 바람이 들어 있는 말이다.
본래는 중국 산시(陝西)의 화산(華山) 남녘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볕이 잘 드는 산의 남쪽을 양(陽)으로 적는다.
유래는 이렇다. 약 3000년 전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적국 상(商)을 물리쳤다.
그는 전쟁을 끝내려는 뜻이 강했다. 그에 따라 전쟁에 동원했던 말을
화산 남녘에 방목하고 물자 운반에 썼던 소를 도림(桃林) 벌판에 풀었다.
그중 전쟁에 가장 긴요했던 말을 풀어놓은 일이 퍽 유명해졌다.
이른바 마방남산(馬放南山)이다. 그 '남산'은 곧 화산의 남녘이다.
그래서 '화양(華陽)'이라고 적어도 전쟁을 끝내고 맞이하는 평화를 의미한다.
전쟁이 자주 닥쳤던 중국의 인문(人文)은 싸움에 대비하고자 하는 위기의식 못지않게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도
함께 키웠다. 위의 단어들이 좋은 예다. 다른 성어로는 산마휴우(散馬休牛) 등으로도 적는다.
비슷한 표현은 여럿이다.
대개는 '싸움을 멈추다'의 새김이 강하다. 침병(寢兵)이라는 표현이 재미난다. '병력을 쉬게 하다' 정도의 뜻이다.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강화(講和)가 그렇다. 상대와 화의(和議)를 모색한다는 의미다.
구화(媾和)라고도 적는다. 군대가 휴식하도록 하는 식병(息兵), 병력을 물린다는 미병(弭兵)도 같은 맥락의 단어다.
그러나 요즘은 전쟁의 화력을 멈춘다는 맥락에서 정화(停火)로 적거나 아예 휴전(休戰)으로 표기한다.
중국의 2019년도 풍파가 거셌다.
하강하는 경제에 홍콩 사태가 겹쳤다. 미국과는 무역 분쟁에 이어 내년 한 해 내내 더 많은 영역의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대외 관계에서 확장세를 멈추지 않은 중국에 미국의 경계감이 높아지며 벌어지는 일이다.
내년에도 중국은 화산 남녘에 말 풀어놓기가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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