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美國消息

<오후여담>존 볼턴 '회고록 폭탄'

바람아님 2020. 2. 5. 08:42
문화일보 2020.02.03. 12:10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트위터 해고’를 당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한 권으로 대선 정국 태풍의 눈이 됐다. 미 상원은 볼턴 증인 채택 문제로 논란을 벌였고, 백악관은 회고록에 기밀정보가 담겼다는 이유로 출판을 사실상 불허했다. 볼턴은 ‘그 일이 일어났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오는 3월 출간할 예정인데, 탄핵의 시발점이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전모가 상세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비리 혐의 조사에 동의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금 3억9100만 달러(약 4567억 원)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근거가 되기 때문에 하원의 탄핵이 올바른 결정임을 입증해주게 되고, 상원의 탄핵 표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NYT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데 이어 백악관이 출간 저지 실력 행사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또 공화당이 53석을 지닌 상원에서 탄핵 고비를 넘긴다 해도 볼턴 변수는 대선 정국의 대형 악재다. 볼턴의 입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운명이 달린 형국이어서 백악관과 공화당엔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다. 직선적인 성격의 독불장군형 인사인 데다 지독한 미국 우선주의자라는 점에서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선제공격은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는 칼럼을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한 데에는 이런 기질이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멤버로 유엔 대사 시절 국제 공조보다 미국의 이익 관철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충돌이 많았다. 일찌감치 국제무대에서 트럼프 시대를 예고한 ‘외교계의 세례 요한’인 셈이다. 미 언론들은 “볼턴이 트럼프 등에 비수를 꽂았다”고 평하지만, 골수 공화당원인 그가 민주당을 이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해온 볼턴이 과연 미국의 미래를 위해 트럼프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을 할까? 3일 아이오와 코커스로 막을 올리는 미 대선은 의외의 조커 출현으로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이미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