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 속으로]인공위성과 겨루는 눈

바람아님 2014. 1. 26. 13:46

이득영 ‘공원003’


‘우리가 한강을 보는 방법은?’ 당연히 직접 가서 보면 된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다. 본다는 것은 어디까지를 어떻게 봤다고 해야 할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한강에는 63전망대가 있고, 이집트 피라미드 위로는 뜬금없이 열기구가 뜨고, 파리에서는 유독 에펠탑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이 ‘본다’는 것의 석연치 않음 때문이다. 더 멀리 봄으로써 비로소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속에 내 위치를 좌표화시킬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어느 장소를 봤다는 안도감을 갖는다. 요즘에는 구글 어스나 다음의 스카이뷰를 통해 손수 전망대에 오르고 열기구를 타는 수고로움 대신에 이 시각적 정복에 대한 욕망을 해결한다. 인공위성이 우리 눈의 한계를 극복해 준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우리 눈이 지니는 무기력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민미술관에서 ‘공원, 한강’ 전을 열고 있는 이득영은 최첨단의 기계 문명을 이용해 이 ‘본다’는 것의 한계를 실험하고 있는 터미네이터 같은 사진가다. 헬기에서 삼성에버랜드와 호암미술관 등 그 일대의 인공지대를 촬영한 뒤, GPS가 제공하는 위도와 경도를 제목으로 달았다. 작품들의 목적은 상공에서 본 아름다운 풍광이 아니라 인공위성의 눈을 흉내 내려는 이득영의 눈, 카메라의 눈 혹은 헬기의 눈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유람선, 한강행정선 등 모든 배를 총동원해 한강의 물길을 촬영한 사진도 소개한다. 한 장짜리 초대형 파노라마로서의 한강은 인공위성마저도 불가능한 시각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그가 광학 기술과 디지털 기술과 모든 탈것의 힘을 빌려 본다는 것의 차원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